내년 사무실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려는 오피스들이 줄을 잇고 있다.

빈 사무실이 거의 없는 강남지역은 물론 강북 도심과 여의도 일대 주요 빌딩들이 임대료를 줄줄이 10% 이상 올릴 태세다.

이에 따라 이들 대체 지역으로 꼽히는 분당신도시,서울 상암동 디지털 미디어센터(DMC) 등의 오피스 시장까지 들썩이는 상황이다.

오피스업계에서는 서울지역의 경우 통상 연초에 사무실 임대 계약이 절반 이상 이뤄지는 점을 들어 내년 임대료 상승률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해 '임대료 대란'을 방불케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임대료 인상 러시

1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을지로의 연면적 5만5000㎡ 규모의 A빌딩은 3.3㎡(1평)당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0만원이던 임대료를 향후 계약시에는 10%씩 올려 보증금 110만원에 월세 11만원을 받기로 했다.

태평로2가의 B빌딩(연면적 5만㎡) 역시 큰 폭의 임대료 인상을 추진 중이다.

보증금 70만원에 월세 7만원이었던 임대료를 보증금 80만원에 월세 8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14%가 넘는 상승률이다.

B빌딩의 작년 임대료 상승률은 3%대에 그쳤다.

영등포 여의도동 C빌딩(연면적 16만6000㎡)은 리모델링 이후 임대료를 최고 42% 올린다.

보증금 57만원에 월세 5만6000원이었던 임대료는 중층이 65만원에 6만5000원,고층은 80만원에 8만원으로 인상된다.

외곽지역 사정도 비슷하다.

광진구 구의동의 D빌딩(연면적 25만8000㎡)은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5만원이던 임대료를 보증금 80만원에 월세 8만원까지 받겠다며 입주업체들과 협상 중이다.

부동산관리업체인 KAA 정병화 팀장은 "오피스 공급 부족으로 임대료가 해마다 오르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크게 오르기는 처음"이라며 "최근 들어 임대료를 크게 올린 빌딩들이 입주업체의 이탈없이 재계약을 완료한다면 다른 건물들 역시 비슷한 폭으로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남이어 강북도 사무실 부족

임대료 급등은 무엇보다 빈 사무실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강남·강북 도심·여의도권 등 서울 3대 오피스 지역 공실률은 1%안팎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관리업체인 샘스에 따르면 올 11월 현재 공실률은 △도심권 1.4% △강남권 0.9% △여의도권 1% 등이다.

공급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올해 사옥용이나 빌딩 통매각을 제외한 순수 분양물량은 9654㎡에 불과하다.

2005년(10만㎡)과 2006년(10만9000㎡)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된다.

오피스 임대료 급등은 매매가 상승도 큰 원인이다.

부동산관리업체인 신영에셋에 따르면 올 3분기 1㎡당 매매가격은 371만5000원으로 작년(281만8000원)보다 31%나 올랐다.

홍순만 신영에셋 팀장은 "필수 공급량이 크게 줄면서 수요를 따라갈 수 없을 것으로 보여 3~4년간 오피스 임대료 상승이 지속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상암.성남 등 반사이익

서울 상암동 DMC내 오피스빌딩들은 두 달 전만 해도 공실률이 21%였지만 지금은 10% 안팎까지 떨어졌다.

DMC는 임대료가 3.3㎡(1평)당 3만5000원 수준으로 신축 건물치고는 저렴한 편이었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교통 기반시설 등 입주 여건이 미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오피스 분양업계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DMC에 입주를 권하면 거기까지 뭐하러 가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여의도권이나 도심권에서 사무실을 구하지 못한 업체들이 스스로 전화를 걸어 올 정도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권에서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업체들은 성남권이나 분당신도시로 떠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있던 한 IT업체는 최근 빌딩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라는 건물주의 통고를 받고 성남 우림라이온스밸리로 옮겨갔다.

또 분당벤처타운은 밀려오는 업체 덕에 2005년 준공 이후 처음으로 올 3분기에 임대료를 11% 올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3~4년간 오피스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빌딩에 입주한 업체들은 경제적인 여유가 있기도 하지만,옮기고 싶어도 갈 데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고 계속 입주하려는 분위기"라며 "주요 빌딩 주인들이 임대료를 잇따라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도원/박종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