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시험 고득점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소통 능력은 떨어지는 '벙어리' 지원자를 가려내기 위한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CJ, 현대중공업 등은 채용과정에서 영어회화시험을 도입했으며 얼마전 삼성도 신입사원 채용시 영어말하기 시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로 '예비 사회인' 대학생들의 영어시력은 어떨까? 또한 어학점수와 회화실력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 (www.incruit.com )가 리서치 전문기관 엠브레인(www.embrain.com)과 함께 대학생 1천 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우선적으로 공인어학시험인 토익·텝스·토플 성적이 있는 학생 조사과정에서 대학생 10명 중 4~5명은 공인어학성적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익·텝스·토플 성적을 보유한 대학생이 전체의 44.9%(459명)였던 것. 취업으로 필요성이 높아지는 고학년일수록 취득율이 높았다. 반면 55.9%(582명)의 학생은 토익·텝스·토플 성적이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학생들의 평균 회화실력은 간단한 일상회화 정도가 가능하거나 그조차도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의사소통 수준에 따라 초급미만·초급·중급·고급·최고급 등급으로 구분, 자신의 회화실력을 평가하게 했더니 '간단한 회화도 부분적으로만 가능한' 초급(39.6%)과 '일상생활에서 간단한 회화 정도가 가능한' 중급(38.3%)이 대부분이었던 것. 또 ‘일생생활에서 실질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초급미만도 11.9%에 달했다. 대학생 2명 중 1명(51.5%)은 회화실력이 초급이하의 수준인 셈이다.

반면 '일상 생활회화가 원활하고 비즈니스회화는 미흡한' 고급 수준은 8.4%, '네이티브 수준에 가까운 최고급 수준은 1.8%에 그쳤다.

그렇다면 어학점수와 실제 회화실력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토익 850점 이상자 가운데는 회화실력이 최고급, 고급 수준인 비율이 각각 26.9%, 36.5%로 어학점수 실력 못지않게 회화 실력을 뽐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고득점자임에도 간단한 회화 밖에 못한다는 중급 학생도 28.8%로 상당히 많았고, 소수지만 토익점수가 850점 이상이면서 회화는 초급, 초급미만인 학생들도 7.7%를 차지하고 있었다. 토익 고득점자라고 할 수 있는 850점 이상 득점자의 1/3은 회화실력이 어학점수에 훨씬 못 미치는 중급 이하 수준이라는 것.

회화실력이 최고급인 학생들은 토익점수 850점 이상대에서만 26.9% 나왔을 뿐, '700점 이상~850점 미만'대에서는 겨우 1.6%에 불과했고, '400점이상~700점 미만'대까지는 단 한명도 없다가 '400점 미만'대에서 오히려 2.5% 나타나기도 했다. 회화 실력의 격차가 큰 것.

또 초급미만 수준은 토익성적이 아예 없는 학생그룹(15.8%)보다 오히려 토익성적이 400점 미만인 학생그룹(35.0%)에서 더 많이 보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토익점수 850점 이상대를 제외하고는 회화실력이 초급이나 중급 수준에 집중돼, 토익점수와 상관없이 원활한 회화가 쉽지 않은 학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보여졌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조사결과 토익점수와 상관없이 회화실력이 초중급 수준인 학생들이 실제로 상당수였다”면서 “지원자의 의사소통능력을 보다 중시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제는 점수높이기식의 영어공부에서 벗어나 실제상황을 많이 접해보면서 회화실력을 키우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