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따끈한 내기 술 한잔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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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재(鄭奎載) < 논설위원ㆍ경제교육연구소장 >
이제와서 보니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단어처럼 절묘한 조합도 없다.
수면 아래 잠복하기는 했지만 문국현 정동영 두 후보의 단일화야말로 좌파와 신자유주의가 결합하는 대표적 사례라는 새삼스런 생각을 하게 된다.
본인 말마따나 문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 이념의 교집합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단일화 흥정을 해왔다.
백낙청 같은 소위 진보 인물들이 중재자로 나선 것도 재미있다.
속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이런 착종 상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문국현 후보가 재벌 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요 환경운동 그룹의 대변자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는 것도 희한하다.
정치는 종종 뒤죽박죽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부조리적 조합이다.
문 후보는 킴벌리클라크라고 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 법인 대표다.
국내 대기업이래봤자 이 거대 다국적 기업 앞에 서면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입 펄프를 쓰는 국내 종이 기업들이 초토화된 바탕 위에서 이 다국적 기업의 성공이 가능했다는 것을 굳이 기억해내야 하는지.모두들 왜 이리도 국민들의 기억력을 시험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시장 점유율 65%에 달하는 독점 기업의 경영자 출신을 국내의 작은 독점 재벌을 비판해왔던 진보그룹이 원호하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재벌에 대한 적대감을 빼놓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킴벌리가 어떤 재벌도 흉내내기 힘든 고율 배당을 가져간 대가로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았던 문 후보가 돌연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도 코미디다.
스톡옵션이라는 것은 원래 대주주들이 경영자들의 코를 꿰어 놓기 위한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장치다.
정보 비대칭 따위의 어려운 용어를 빼고 말하자면 경영자를 대주주의 이익에 종속시켜 놓자는 유인책이 바로 스톡옵션 아닌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해왔던 이념 진영이 문 후보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아무리 뜯어보아도 오발탄이다.
목소리 높은 인권론자들이 북한 문제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과 흡사하고 방폐장 반대에 목을 매던 사람들이 북한 핵 폭탄에는 사실상의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것과도 닮은 꼴이다.
그래서 이념전(戰)은 공중에 뜨고 정동영 후보는 무섭고 화난 얼굴을 보여주는 외엔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어진 것이다.
이럴 바엔 당락에 관계 없이 유시민씨가 후보로 나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을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돌연한 출마도 대선판을 보는 재미다.
노무현 정부가 왼편에 민노당을 세우면서 중도를 위장했다면 이명박 후보의 오른편에 이회창 후보가 서 있는 것도 크게 보면 위장이다.
우파 분열이라지만 이념 지도의 전체적인 균형이라는 면에서는 그럴싸하게 되었다.
어차피 선거는 회색지대를 누가 먹느냐 하는 소위 '중간 투표자의 정리'로 결판 난다.
중간 지대는 결국 포퓰리즘이 살아남는 공간이다.
이명박 후보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용 사면론까지 꺼내드는 창피를 무릅쓰고 있다.
어떻든 자칭 아이큐 430이라는 후보까지 나왔으니 나올 만한 사람과 이념은 모두 정치 시장에 쏟아져 나와 있다.
후보가 많은 것은 노 대통령이 그 자리를 너무도 가벼이 만들어 놓은 탓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 만한 배짱이 아니라면 자리 감당은 쉽지 않다.
대통령 후보가 12명이나 된다는 것은 길거리 아이들에게도 재밋거리다.
가방 멘 아이들이 선거 공보판 앞에 서서 "와! 대통령 슈퍼주니어다"라고 깔깔대고 있다.
다산칼럼 독자들이 혹시 모르실까봐 사족을 달자면 슈퍼주니어는 13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가수 그룹이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크게 한번 폭소를 터뜨려 본다.
모처럼 웃기는 했지만 나홀로 멋쩍은 뒤끝이다.
이제 대선이 일주일 남짓인데 그것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
대선이 끝나고 따끈한 내기 술이나마 얻어마실 수 있을는지….
jkj@hankyung.com
이제와서 보니 노무현 대통령의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단어처럼 절묘한 조합도 없다.
수면 아래 잠복하기는 했지만 문국현 정동영 두 후보의 단일화야말로 좌파와 신자유주의가 결합하는 대표적 사례라는 새삼스런 생각을 하게 된다.
본인 말마따나 문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 이념의 교집합이 전혀 없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꽤 오랫동안 단일화 흥정을 해왔다.
백낙청 같은 소위 진보 인물들이 중재자로 나선 것도 재미있다.
속내 사정을 모르는 사람은 이런 착종 상태를 이해하기 어렵다.
문국현 후보가 재벌 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요 환경운동 그룹의 대변자인 것처럼 선전되고 있는 것도 희한하다.
정치는 종종 뒤죽박죽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부조리적 조합이다.
문 후보는 킴벌리클라크라고 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 법인 대표다.
국내 대기업이래봤자 이 거대 다국적 기업 앞에 서면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이후 환율이 치솟으면서 수입 펄프를 쓰는 국내 종이 기업들이 초토화된 바탕 위에서 이 다국적 기업의 성공이 가능했다는 것을 굳이 기억해내야 하는지.모두들 왜 이리도 국민들의 기억력을 시험하려 드는지 모르겠다.
시장 점유율 65%에 달하는 독점 기업의 경영자 출신을 국내의 작은 독점 재벌을 비판해왔던 진보그룹이 원호하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인가.
재벌에 대한 적대감을 빼놓으면 이해하기 어렵다.
킴벌리가 어떤 재벌도 흉내내기 힘든 고율 배당을 가져간 대가로 거액의 스톡옵션을 받았던 문 후보가 돌연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도 코미디다.
스톡옵션이라는 것은 원래 대주주들이 경영자들의 코를 꿰어 놓기 위한 신자유주의의 핵심적인 장치다.
정보 비대칭 따위의 어려운 용어를 빼고 말하자면 경영자를 대주주의 이익에 종속시켜 놓자는 유인책이 바로 스톡옵션 아닌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해왔던 이념 진영이 문 후보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아무리 뜯어보아도 오발탄이다.
목소리 높은 인권론자들이 북한 문제만 나오면 꿀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과 흡사하고 방폐장 반대에 목을 매던 사람들이 북한 핵 폭탄에는 사실상의 찬성표를 던지고 있는 것과도 닮은 꼴이다.
그래서 이념전(戰)은 공중에 뜨고 정동영 후보는 무섭고 화난 얼굴을 보여주는 외엔 국민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어진 것이다.
이럴 바엔 당락에 관계 없이 유시민씨가 후보로 나서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을 것이다.
이회창 후보의 돌연한 출마도 대선판을 보는 재미다.
노무현 정부가 왼편에 민노당을 세우면서 중도를 위장했다면 이명박 후보의 오른편에 이회창 후보가 서 있는 것도 크게 보면 위장이다.
우파 분열이라지만 이념 지도의 전체적인 균형이라는 면에서는 그럴싸하게 되었다.
어차피 선거는 회색지대를 누가 먹느냐 하는 소위 '중간 투표자의 정리'로 결판 난다.
중간 지대는 결국 포퓰리즘이 살아남는 공간이다.
이명박 후보도 예외가 아니어서 신용 사면론까지 꺼내드는 창피를 무릅쓰고 있다.
어떻든 자칭 아이큐 430이라는 후보까지 나왔으니 나올 만한 사람과 이념은 모두 정치 시장에 쏟아져 나와 있다.
후보가 많은 것은 노 대통령이 그 자리를 너무도 가벼이 만들어 놓은 탓도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 만한 배짱이 아니라면 자리 감당은 쉽지 않다.
대통령 후보가 12명이나 된다는 것은 길거리 아이들에게도 재밋거리다.
가방 멘 아이들이 선거 공보판 앞에 서서 "와! 대통령 슈퍼주니어다"라고 깔깔대고 있다.
다산칼럼 독자들이 혹시 모르실까봐 사족을 달자면 슈퍼주니어는 13명으로 구성된 청소년 가수 그룹이다.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크게 한번 폭소를 터뜨려 본다.
모처럼 웃기는 했지만 나홀로 멋쩍은 뒤끝이다.
이제 대선이 일주일 남짓인데 그것이 끝나면 무슨 재미로 사나.
대선이 끝나고 따끈한 내기 술이나마 얻어마실 수 있을는지….
jk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