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수도권 주택분양시장이 겨울철 비수기인데도 사상 최대의 신규 공급물량으로 넘쳐나고 있다.

이는 예년에 볼 수 없는 드문 현상이란 게 주택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신규 분양이 넘쳐나는 이유는 주택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지난달 말까지 분양승인신청을 했고 이들 물량이 연말 분양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12월 한 달간 전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모두 11만1041가구에 달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공급된 물량(2만2270가구)의 5배에 육박하는 규모로 연말 분양비수기 물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란 게 부동산114 측의 설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전체 물량의 65%인 7만1810가구가 나올 예정이어서 수도권 물량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게 특징이다.

수도권 분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실수요자들의 선택폭이 넓어지게 됐지만 이들 물량에 대한 신규 청약시 고려해야 할 사항도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특히 최근 파주신도시의 순위 내 청약이 대거 미달사태를 보였듯이 유망지역인데도 예상밖의 청약부진 현상이 다반사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연말 분양시장의 새로운 특징이다.

따라서 실수요자들은 청약지역과 시기,당첨 가점수준 등을 잘 따져 보고 통장을 사용해야 하는 선택의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다.


◆상한제 적용 여부 및 이점 따져봐야

최근 수도권에서 쏟아지고 있는 물량은 일부 공공택지 물량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안 되는 단지들이다.

이로써 입주 시기까지 분양권 상태에서만 전매규제를 받고,준공 이후 등기를 마치면 곧바로 전매 가능하다는 게 가장 특징이다.

전매 가능 여부는 주택의 환금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이는 곧 투자가치와 직결되는 요인이다.


따라서 단기 투자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예비 청약자라면 분양가상한제 미적용 단지를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들 단지는 대부분 분양가가 비싸게 책정되고 있는 게 공통된 단점이며 수요자들에게 선택의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와 미적용 단지의 분양가 차이는 최근 공급된 파주신도시 아파트와 이달 중순께 분양되는 고양 덕이·식사지구 아파트를 비교해 보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들 단지의 경우 모두 파주신도시와 멀지 않은 지역임에도 중·대형 분양가가 3.3㎡당 1500만원 안팎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이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파주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100만원 안팎에서 결정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400만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 파주신도시는 계약일로부터 7~10년간 전매가 금지된다.

반면 덕이·식사지구는 입주 후 곧바로 전매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한편 이 같은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단지들은 적어도 내년 3월까지는 꾸준히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실수요자들은 자신의 상황에 맞춰 '분양가'와 '전매규제' 간의 차이점을 잘 따져서 청약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아파트와 미적용 아파트가 동시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입지여건은 물론이고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분양가와 전매 제한 수준 등이 수요자들의 청약에 나서는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점 낮아도 적극 신청해볼 만

지난 9월부터 시행된 청약가점제 때문에 연말 수요자들은 청약전략을 과감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수도권 대부분 분양단지에서 순위 내 청약미달 가구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청약가점이 낮아 청약을 포기하려던 수요자들에게는 오히려 내집마련의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는 반대로 가점이 높은 청약자라면 분양가나 입지 여건에서 더 뛰어난 내년 분양물량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청약가점이 50점 이상인 수요자들은 내년 하반기로 분양이 예정된 은평뉴타운 2·3지구,수도권 블루칩 신도시인 광교·송파신도시에 관심을 갖는 게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박상언 유앤알 컨설팅 대표는 "연말 분양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어느 정도 수요자들의 청약분산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가점이 낮은 청약자라도 순위 내 경쟁률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신청을 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4순위 청약 관심

청약통장 1~3순위에서 모집가구 수를 채우지 못하는 분양단지들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4순위 청약'이라고 불리는 순위외 접수를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4순위 청약은 청약통장을 쓸 필요가 없어 '청약 재당첨 금지' 규제를 피하면서 기존 통장의 가입기간을 보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4순위 청약을 위해 '청약 미달'된 모든 아파트를 돌아볼 필요는 없다.

미분양이 너무 많아 당분간 해소 기미가 없는 곳은 나중에 분양 추이를 지켜봐 가면서 결정해도 늦지 않다.

4순위 청약의 목표 대상은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역세권,도심 상업지역 등에 들어서는 아파트로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주택 경기가 호전되면 수요가 꾸준히 뒷받침되는 곳들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