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오토론(자동차 할부금융)에 이어 학자금 대출(스튜던트 론)에도 연체 비상이 걸렸다. 신용위기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은행 등 민간 금융회사의 학자금 대출은 물론 이보다 금리가 훨씬 낮은 연방정부의 학자금 대출 연체율이 동시에 높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자에서 보도했다.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 1000억달러의 4분의 1에 보증을 서고 있는 유나이티드 스튜던트 에이드 펀드(USAFI)가 학생들의 채무불이행으로 대신 물어준 금액은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1년 전에 비해 22% 증가했다.

또다른 연방정부 학자금 대출 보증회사인 아메리칸 스튜던트 어이스턴스(ASAS)의 채무불이행 금액도 역시 1년 전보다 14% 늘었다.

이들 회사에서 취급하는 학자금 대출은 연방정부의 기금을 재원으로 하는 것으로 이자가 상당히 싸다.

그런데도 채무불이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소비자들의 생활형편이 빡빡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보다 이자가 비싼 민간 금융회사의 학자금 대출은 말할 것도 없다.

미 최대 민간 학자금 대출회사인 살리매(SLM)는 지난 3분기 중 채무불이행 증가로 1억1000만달러를 손실처리했다.

이는 작년 동기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학자금 대출의 연체가 늘어나면서 학자금 대출을 기본자산으로 한 채권 거래도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학자금 대출 관련 채권을 중개하는 퍼스트 마블헤드는 관련 채권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퍼스트 마블헤드가 중개하는 학자금 대출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학자금 대출마저 연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 여파로 소비자들의 자금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이는 결국 신용경색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연체율은 지난 2분기 16.95%에서 3분기엔 18.81%로 급증한 상태다.

여기에 오토론 연체율도 지난 8월 말 2.9%에서 9월 말에는 4.5%로 크게 높아져 8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용자의 12%가 자동차 할부금도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모기지와 오토론,학자금 대출이 서로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미 500대 기업의 이익이 내년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메릴린치는 S&P500지수를 구성하는 500대 기업의 지난 3분기 중 주당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8.4%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이 같은 감소세는 내년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지속될 것으로 메릴린치는 내다봤다.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작년 4분기까지 14분기 연속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으며 지난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9%대의 높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메릴린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엔 이익 하향 조정이란 쓰나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해외의존도가 낮은 내수기업의 타격이 커 경제에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