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사법연수원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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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주(李 英 珠) < 사법연수원 교수·부장검사 lyj1@scourt.go.kr >
요 며칠 유난히 피곤해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거의 매일 시험 감독을 해서 그런 것 같다.시험장의 팽팽한 긴장감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된 모양이다.
지난 11월 말부터 10여일째 사법연수원 1년차 연수생들이 2학기 시험을 치르고 있다.사법연수원에서는 이 시험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험'이라고 말한다.연수원에서 매 학기 실시되는 시험은 내용도 어렵지만 방법도 혹독하다.민사재판,형사재판,검찰실무 같은 기본과목 시험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된다.연수생들은 화장실에 다녀올 때를 제외하면 하루종일 쉬지 않고,점심도 앉은 자리에서 때우며 답안을 작성하는데도 매번 시간에 쫓긴다.
거기다 2학기에는 평가과목이 무려 11개에 이르니,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할 만도 하다.
독특한 시험 방식으로 시험장에서는 진풍경이 빚어진다.책상에는 두툼한 문제지와 수십 장에 이르는 답안지,법전,메모지뿐 아니라 각자 준비한 도시락,간식거리 등이 가득하다.
시험장 한편에는 차와 사탕이 비치돼 있다.정오가 되면 '반드시 점심식사를 하고 사탕 등도 섭취하라'고 당부하는 방송이 나온다.벽에는 응급시 대처 방안과 인근 병원 전화번호 등을 안내하는 글까지 걸려 있다.시험 준비로 체력이 저하된 연수생이 시험 당일 1분 1초를 아끼기 위해 식사를 거르다 탈진해 쓰러지는 사례가 가끔 발생하기 때문이다.그러니 시험 감독이 피곤하다 한들 시험을 치르는 연수생에게는 견줄 수조차 없다.
활기 넘치던 젊은이들의 초췌한 모습을 바라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솟는다.사회가 날로 복잡·다양해짐에 따라 법률전문가로서 필요한 이론과 실무 교육이 강화된 데다,법조윤리와 봉사정신 함양을 위한 교과목,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 개설된 법률영어와 전공선택과목,각종 행사와 학회 활동 등으로 연수생들은 학기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교과목이 늘고 심화된 만큼 시험도 난해해져 예사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감당키 힘들다.그래서 교수들 사이에서는 연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논의도 있지만,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절실한 것이어서 연수생들의 짐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역경은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전에 없이 강도 높은 연수 과정을 거치는 연수생들은 그만큼 실력을 갈고 닦으면서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내면을 갖게 될 테니,어쩌면 더 혜택받은 셈인지도 모르겠다.답안을 제출하고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는 그들의 어깨에서 우리 법조의 미래를 보며 희망을 품는다.
요 며칠 유난히 피곤해서 그 이유를 생각해보니 거의 매일 시험 감독을 해서 그런 것 같다.시험장의 팽팽한 긴장감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된 모양이다.
지난 11월 말부터 10여일째 사법연수원 1년차 연수생들이 2학기 시험을 치르고 있다.사법연수원에서는 이 시험을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험'이라고 말한다.연수원에서 매 학기 실시되는 시험은 내용도 어렵지만 방법도 혹독하다.민사재판,형사재판,검찰실무 같은 기본과목 시험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계속된다.연수생들은 화장실에 다녀올 때를 제외하면 하루종일 쉬지 않고,점심도 앉은 자리에서 때우며 답안을 작성하는데도 매번 시간에 쫓긴다.
거기다 2학기에는 평가과목이 무려 11개에 이르니,세상에서 가장 힘들다고 할 만도 하다.
독특한 시험 방식으로 시험장에서는 진풍경이 빚어진다.책상에는 두툼한 문제지와 수십 장에 이르는 답안지,법전,메모지뿐 아니라 각자 준비한 도시락,간식거리 등이 가득하다.
시험장 한편에는 차와 사탕이 비치돼 있다.정오가 되면 '반드시 점심식사를 하고 사탕 등도 섭취하라'고 당부하는 방송이 나온다.벽에는 응급시 대처 방안과 인근 병원 전화번호 등을 안내하는 글까지 걸려 있다.시험 준비로 체력이 저하된 연수생이 시험 당일 1분 1초를 아끼기 위해 식사를 거르다 탈진해 쓰러지는 사례가 가끔 발생하기 때문이다.그러니 시험 감독이 피곤하다 한들 시험을 치르는 연수생에게는 견줄 수조차 없다.
활기 넘치던 젊은이들의 초췌한 모습을 바라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솟는다.사회가 날로 복잡·다양해짐에 따라 법률전문가로서 필요한 이론과 실무 교육이 강화된 데다,법조윤리와 봉사정신 함양을 위한 교과목,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새로 개설된 법률영어와 전공선택과목,각종 행사와 학회 활동 등으로 연수생들은 학기 내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교과목이 늘고 심화된 만큼 시험도 난해해져 예사 체력과 정신력으로는 감당키 힘들다.그래서 교수들 사이에서는 연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논의도 있지만,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절실한 것이어서 연수생들의 짐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역경은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전에 없이 강도 높은 연수 과정을 거치는 연수생들은 그만큼 실력을 갈고 닦으면서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내면을 갖게 될 테니,어쩌면 더 혜택받은 셈인지도 모르겠다.답안을 제출하고 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겨 다시 도서관으로 향하는 그들의 어깨에서 우리 법조의 미래를 보며 희망을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