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양복을 만드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양복 일을 천직으로 삼고 기술 향상과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할 각오입니다."

노동부가 12월에 뽑은 '이달의 기능한국인'으로 10일 선정된 백운현 골드핸드양복점 대표(53).

그는 오로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일념으로 39년 동안 양복 제작에 몰두해왔다고 말했다.

백 대표가 양복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16세 때인 1968년.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를 중퇴한 뒤 일거리를 찾지 못한 시절이다.

양복을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무엇보다 적성에 맞는 일감이 생긴 게 재미있어 늘 밤새워 일했다.

어느새 그의 실력은 '무림의 고수'로 인정받게 됐고 1973년 열린 제8회 전국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2년 뒤 스페인에서 개최된 제22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는 양복 부문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 최고의 '양복장이'로 우뚝 섰다.

그 이후에도 그의 기술 연마는 그칠줄 몰랐고 양복과 관련된 굵직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1978년엔 신사복 사진콘테스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2006년에는 아시아 양복총회 기술시연대상을 받았다.

올해에는 기능인의 최고 영예인 명장 자리에 올랐다.

백 대표는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스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 소공동에서 제니스양복점을 운영하던 모선기 한국맞춤양복기술협회 명예회장을 만난 건 저에게 큰 행운이었다"며 "꾸중도 많이 들었지만 후학에게 자신의 기술을 성심성의껏 전수해 주신 스승님이 계셨기에 오늘의 제가 있게 됐다"고 회고했다.

최근에는 940여명의 인체를 정확히 측정해 한국인 체형에 맞는 기본 패턴을 제작하기도 했다.

"제가 명장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스승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겁니다.

제가 도움을 받았듯이 이제 남에게 봉사를 하며 그 도움을 갚아야죠." 안양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양복만들기 수업을 해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것도 인생에서 빚을 졌다는 생각에서다.

20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씩 안양교도소에 들러 2∼3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 CD로 강의자료를 만들어 재소자들에게 공급해 주고 있단다.

그는 "CD 제작에 경비가 많이 들었지만 재소자들이 CD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감사편지를 보내올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국내 최고의 양복 기능인인 백 대표는 우리나라 양복 기술이 세계 최고이면서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양복 브랜드가 없다는 점에 대해선 무척 안타깝게 생각한다.

1967년 기능올림픽에 참가한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양복 종목에서 12개의 금메달을 따낼 정도로 양복 제작기술은 세계적이지만 이탈리아나 영국처럼 유명 브랜드는 없다는 것.그는 "정부나 대기업 등이 나서 손재주가 뛰어난 기능인력들을 지원해 준다면 세계적 브랜드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