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 수입시장의 개척자로 알려진 권기찬 웨어펀그룹 회장(57)은 라운드를 나갈 때마다 '빨간 양말'을 신는다.

바지는 노란색이다.

그 이유가 재미있다.

"평소 입기 어려운 화려한 원색 옷을 입어보는 거지요.

그러면 골프의 즐거움이 배가 됩니다.

빨간 양말을 신고 라운드를 한번 해보세요.

본인도 기분 좋고 동반자들도 즐거워합니다."

권 회장은 일이 바쁘다보니 주말에만 필드를 찾는다.

연습장 갈 시간도 거의 없다.

그래도 꾸준히 70타대 후반에서 80타대 초반의 스코어를 유지하고 있다.

비결이 뭘까.

"골프라는 운동에 대해 늘 고맙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연습을 못 하지만 언제나 괜찮은 스코어가 나오거든요.

과거 연습을 많이 해서 스코어를 잘 내려고 했을 때는 너무 안돼 속상한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골프는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골프가 고마워졌지요."

권 회장은 라운드를 나가면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봄에는 꽃을 감상하고 가을에는 단풍을 즐긴다는 것이다.

"심지어 OB가 나고 3퍼트를 해도 즐기려고 노력합니다.

라운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캐디를 보면 칭찬거리를 찾기 시작하고요.

'목소리가 좋다''표정이 밝다''친절하다'는 등 자꾸 칭찬해주면 캐디도 좋아하고 그날 라운드가 더욱 즐거워집니다."

파격적인 의상으로 라운드를 즐기는 권 회장이지만 골프의 매너와 기본은 철저히 지킨다.

이를 위해 생각해낸 것이 '30의 룰'이다.

'앞팀이 퍼팅그린에 있으면 30야드 이내에 접근하지 않는다.

티업을 할 때 티마커 라인 30㎝ 안쪽에 꽂는다.

홀 주변 30㎝ 안쪽을 밟지 않는다' 등이다.

권 회장은 홀인원보다 더 어렵다는 '한 라운드 이글 2개'의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것도 파4홀에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홀로 들어간 '홀인원성 이글'이었다.

"2003년 11월 수원CC 구코스 8번홀과 15번홀에서 기록했습니다.

너무 귀한 기록이다 싶어 영국 기네스북에 문의까지 했어요.

그랬더니 그런 기록 자체를 갖고 있지는 않다는 회신이 오더군요."

진기록 덕인지 그 이후 사업이나 가정에서 일이 잘풀렸다고 한다.

새 브랜드 론칭도 성공하고 영국 왕실 납품 백화점으로 유명한 런던 해로즈백화점과의 계약도 성사됐다.

자녀들은 미국의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그는 지난 6월에는 골드CC 파4-파5-파3홀이 연속된 8,9,10번홀에서 '사이클 버디'를 낚기도 했다.

그는 삶과 마찬가지로 골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이 홀에만 오면 OB가 난다'는 등의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지요.

하지만 어떤 종류의 부정적인 암시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오히려 근사하게 친 상황을 떠올리는 게 유리합니다.

캐디에게도 왼쪽이 OB라든지,슬라이스 홀이라든지 등의 얘기는 물을 때까지는 하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또 좁은 페어웨이를 만나면 평소보다 더 과감한 샷을 시도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