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손실 규모가 최대 4000억달러(약 370조원)에 달해 지난 반세기 동안 발생한 금융위기 가운데 최악의 재난이 될 우려가 높은 것으로 지적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따른 금융권 손실액이 1500억~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4000억달러 손실은 미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하는 것으로 2000년대 초반 터진 이른바 '닷컴 버블 붕괴'로 인한 부실 규모(930억달러)를 네 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다.

1986년부터 10년간 미국 경제를 괴롭힌 저축대부조합의 손실액(1890억달러)과 1990년대 일본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권 피해액(2630억달러)도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는 못 미친다.

피해액이 어느 선에서 멈추느냐는 집값 하락폭에 달려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이 터진 이후 지금까지 미국 주택 가격은 0.5~10%가량 빠졌다.

아직은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지 않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몇 년간 주택 가격이 최대 30% 정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미국 주택시장에서 6조달러가량이 허공으로 날아갈 것으로 추정된다.

집값이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지금의 3분의 2 수준으로 떨어질 경우 모기지 연계 채권을 사들인 금융회사들의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그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를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구조화투자회사(SIV)와 자산담보부채권(CDO) 등 예전의 금융위기 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복잡한 금융상품과 금융회사들이 늘어 정확한 손실 규모 추정이 힘들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해결되는 데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