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IB' 新성장 엔진으로 뜬다] (2)핵심과제는 인재확보… 두뇌가 곧 돈이자 경쟁시대 생명줄
국내 증권사들이 올 하반기에 눈독을 들여온 서울역 앞 대우센터빌딩이 모건스탠리 부동산펀드로 넘어갔다.

서울시내 요지에 있는 데다 향후 사무용 빌딩 수요를 감안할 때 '금싸라기 빌딩'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모건스탠리는 국내 증권사들이 써낸 6000억원대보다 4000억원 정도 많은 금액을 제시해 빌딩을 낚아챘다.

이번 모건스탠리의 과감한 투자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홍콩의 아시아퍼시픽본부와 연계해 한국 부동산시장 동향과 투자위험,향후 수익을 예상한 밸류에이션(가격수준) 평가를 통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양호철 모건스탠리 한국 대표도 "용산 재개발과 향후 오피스 빌딩 수요를 예측컨데 임대료로 금융비용을 제하고 빌딩가격 상승으로 자본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딜(거래)의 핵심은 역시 사람이었다.

부동산과 자금조달 및 운용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국내 업체들보다 60% 이상 높은 가격을 써내고도 수지타산이 맞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09년 초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통법) 시행 후 증권사들이 거의 모든 상품을 개발·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IB(투자은행) 전문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력 규모나 자질면에서 선진 IB에 비해 뒤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IB 전문인력 육성만이 성공적인 자통법시대를 여는 필수 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IB 인력을 늘려라

증권사들이 IB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10대 증권사 IB 인력은 작년 말 888명에서 지난 7일 기준 1164명으로 증가했다.

276명(31.1%)이나 늘어난 셈이다.

삼성증권은 작년 말 179명에서 214명으로 35명 늘렸다.

2010년까진 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배호원 삼성증권 사장이 직접 해외 우수인력 채용을 위해 발벗고 나설 정도로 적극적이다.

대우증권은 작년 말 172명에서 257명으로 85명(49.4%)이나 증가했다.

향후 3년간 250명을 추가로 늘려 201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141명에서 2010년 200명으로,대신증권은 98명에서 15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으나 여전히 인원 수에서는 선진 IB와 크게 차이가 난다.

국내 10대 증권사 IB부문 인력은 1164명으로 미국 골드만삭스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가 간 인력 구성을 보더라도 한국은 금융전문가 비중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 직원중 전문가 가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싱가포르(51.3%)나 홍콩(43.8%)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15년엔 1만여명의 금융 전문인력이 모자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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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국내 증권사들은 나름의 IB인력 육성방안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IB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우증권은 '주니어 IB전문인력 양성과정'을 두고 있다.

삼성 대우 현대 등 여러 증권사가 미국 MBA 연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체 인력 양성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관계로 외부 영입에 치중하고 있다.

이미 굵직굵직한 인사들이 IB 수장으로 영입됐다.

하나IB증권은 이찬근 골드만삭스 한국지사 전 대표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도 '삼고초려' 끝에 호바트 L 엡스타인 골드만삭스 한국지사 전 대표를 동양종금증권 GIM본부 수석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실무자급에서도 수억원대 연봉을 제시하며 영입전이 뜨겁다.

손승균 굿모닝신한증권 부장이나 김현겸 대신증권 IB영업본부장,유승덕 파생금융본부장 등은 올해 다른 증권사에서 스카우트된 경우다.

◆인재 양성 위한 과감한 투자 필요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금융팀장은 "인적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비용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금융기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인력을 중심으로 휴먼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 금융관련 교육기관과 제휴할 것을 제시했다.

엡스타인 수석부사장은 "IB에 있어 공장은 사람의 머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을 자산으로 하는 장사인데 국내 증권사는 말뿐이지 현실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재를 돈 때문에 외국계에 뺏기는 일을 지적한 말이다.

좋은 인재를 뽑아 교육하고 경험을 갖게 한 후에는 적절한 몸 값을 줘야 하다는 얘기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