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기(朱仁基) < 연세대 교수·경영학 >

2007년을 대표하는 키워드를 몇 개 꼽으라면 그 중 하나는 분명 웹(web)2.0일 것이다.

블로그,SNS,Podcast,유튜브,위키피디아 등 정보기술(IT) 산업분야에서부터 시작된 웹2.0 열풍은 단순한 기술을 지칭하는 용어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제는 기업2.0,리더십2.0 등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거의 전 분야로 확장돼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2.0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은 웹2.0이 가지고 있는 '참여'와 '개방','공유'의 정신이다.

이러한 기본 정신들이 IT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영역에서 '시민참여', '네트워크','집단지성' 등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공공영역,특히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웹2.0 개념이 투영된 다양한 사례들이 시도되고 있으며,점차 실질적인 정책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머지않아 "정책2.0 시대"의 도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 동안 일반적인 정부정책 결정 과정은 소위 대의정치를 자처하는 소수의 정치인,해당 정책담당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왔다.

다시 말해서 정책결정 과정에서 국회,이익 집단,관련기업들이 다양한 수단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지만,결과적으로는 직접적 영향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존 공공정책 결정에서 소외되어 있던 주변부 일반 시민들이 연결을 맺고,빠르게 정보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교환하고 결집한다.

이를 통해 소수에 의해 지식이 생성되고 점유되던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네트워크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필요와 지식을 효율적으로 동원하여,단순 총합이 아닌 새로운 가치를 생성해내는 메커니즘(집단지성)이 형성된다.

한 예를 살펴보자.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은 생리기간 동안 수영장을 이용하지 못하므로 공립 수영장의 경우 월 단위 수영장 이용권을 남성과 같은 가격에 구입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한 시민의 아이디어는 네티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그리고 시민단체(희망제작소 사회창안센터)가 아이디어를 수렴해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고,언론 보도를 제안하자 결국 일부 공립수영장들이 화답하고,재정경제부에서 소비자피해보상 규정을 고치더니,서울 송파구 등에서 생리할인제 조례 제정까지 이르렀다.

정부부처 중 기획예산처가 운영하고 있는 예산낭비신고센터(세바로 캠페인) 역시 대표적인 시민참여 정책이다.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주요 공기업 등에 설치돼 있는 예산낭비신고센터는 예산낭비 사례뿐만 아니라 예산절감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접수해,현장 점검과 사실 관계 확인을 통해 절감 아이디어를 예산편성에 반영하거나 제도 개선을 요청한다.

이는 사후적 행정조치로 진행되던 여러 신고센터와 달리 사전단계 혹은 예산집행 단계에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렴한다는 점과 국민이 직접 재정집행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실적 면에서도 2006년 한 해 2184건의 예산절감 아이디어가 접수되었고 이를 통해 1405억원의 국가예산을 절감했다고 한다.

비록 몇몇 사례에 그칠지라도,이처럼 공공부문 및 정책수립 과정에서 '정책 프로슈머'의 개념이 점차 실질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물론 시민참여가 항상 대안일 수 없고,정책결정의 효율성이나 대표성 문제들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정책 2.0'을 위해서는 대표성과 공공이익 추구를 보장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적 장치와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

요즘 온라인 공간에서는 대선 후보들에게 제안할 생활공약 모으기 캠페인이 한창이다.

'정책2.0의 시대',일반 시민들의 참여와 개방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대한민국2.0'을 기대한다.

/한국경영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