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치 여야 공수 바뀌고 … 1ㆍ2위 지지율 4%P → 3배 격차

대선전이 막판으로 접어들면서 선거 양상이 2002년과 사뭇 달라지고 있다.

검찰이 대선을 좌지우지하고,김대업-김경준이라는 특정 인물이 대선판을 흔들던 '판박이'양상이 BBK 수사 발표를 분기점으로 대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번 대선 땐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과 관련한 '병풍',이 후보 부인 한인옥씨가 기양건설로부터 비자금을 받은 의혹 등을 놓고 야당이 검찰을 몰아치고 여당이 방어하는 양상이었으나 이번엔 BBK수사로 여야가 거꾸로 됐다.

1,2위 간 지지율은 2002년엔 대선 한달가량 앞둔 시점부터 4~8%포인트 정도밖에 차이나지 않았으나 이번엔 많게는 세 배가량 벌어졌다.

끝내 '여다야다(與多野多)'의 구도로 가고 있는 것도 차이점이다.

◆공수 뒤바뀐 여야=김대업씨가 2002년 5월 제기한 병풍 사건과 관련,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으나 대선 때까지 결론을 내지 않았다.

때문에 검찰은 한나라당으로부터 맹공을 받았다.

한나라당은 조속한 수사 종결을 요구하며 '정치 검찰,공작 수사'등의 험한 말들을 쏟아냈다.

그해 11월 중순 민주당은 한인옥씨의 기양건설 수수설과 관련,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한나라당은 "제2의 김대업 정치공작 사건에 불과하며 이 후보를 흠집내려는 술수"라고 비난했지만 서울지검은 이 사건을 특수3부에 배당,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한나라당과 검찰의 첨예한 대치상태는 대선까지 이어졌다.

결국 검찰은 병풍과 기양건설 사건 모두 대선 이후에 처리했다.

올해엔 BBK 수사결과를 놓고 여권과 검찰이 맞붙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이 검찰 탄핵안과 BBK특검안을 발의하자,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검찰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는 형국이다.

◆지지율 격차=2002년 12월1일 실시된 갤럽의 여론조사 지지율을 보면,노무현 후보 43.2%,이회창 후보 37.0%로,격차가 6.2%포인트였다.

5일 조사에선 4.3%포인트차까지 좁혀졌다가 8일 8.0%포인트의 차이를 보였다.

선거 결과 득표율은 노 후보 48.9%,이 후보 46.6%로 격차가 2.3%포인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40%대 초·중반을,정동영 후보는 13%대~16%대를 각각 보이고 있다.

세 배 가까이 격차가 나고 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이회창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보였던 것과도 대비된다.

그해 12월14일 갤럽 조사에서 두사람의 지지율이 모두 38.1%를 보일 정도로 싸움은 치열했다.

◆다자구도=2002년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회창 후보를 일찌감치 단독 후보로 앞세웠다.

반면 범여권에서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비슷한 지지율로 경쟁하다가 대선 후보 등록 직전에 노 후보로 단일화에 성공,야권과 '1대1'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선 범여권과 야권 모두 단일화에 실패할 공산이 크다.

야권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단일대오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창당의사까지 밝혔다.

범여권에서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단일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끝내 '외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도 단일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홍영식/강동균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