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없이 기계로만 하역작업… 경제유발 효과 부산항의 7배

지난 6일 찾은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예상과 달리 썰렁했다.

올해 '10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 클럽' 가입이 확실시되는 유럽 최대 항만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

정박한 배에서 컨테이너 박스들을 끌어올리는 겐트리 크레인과 야적장에서 컨테이너 박스들을 이곳저곳으로 옮겨놓는 트레일러 및 야드 크레인만 분주히 움직일 뿐이었다.

로테르담항에서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이유는 이내 풀렸다.

로테르담항의 대표 터미널인 ECT의 홍보 담당 에릭 니즈후이스씨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겐트리 크레인을 제외한 모든 크레인과 트레일러들을 조종하기 때문"이라며 "전체 항만처리 물량의 60%가량이 사람 없이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트레일러는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야적장을 돌아다니며 컨테이너 박스를 필요한 장소로 옮겨 놓았다.

기계인 만큼 하루 24시간 쉴 새 없이 일할 수 있는 데다 파업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선적 및 하역 효율이 높아진 건 당연한 일.무인자동화로 대변되는 효율성과 지리적인 이점 덕분에 로테르담은 현재 유럽으로 들어오는 물동량의 60%,나가는 물동량의 30%를 담당하는 '유럽의 1등 항구'로 자리매김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항만 운영 수입을 포함한 경제유발 효과는 무려 245억달러.더 많은 컨테이너(연간 1200만TEU)를 처리하는 부산항(34억달러)의 7배에 달한다.



로테르담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유럽의 제2항구인 독일 함부르크항(2006년 890만TEU)도 무인자동화 대열에 합류했다.

2003년 8번째 터미널인 'CTA 터미널'이 문을 연 뒤부터다.

연간 19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이 터미널 역시 겐트리 크레인을 제외한 모든 크레인과 트레일러가 전자동으로 운영된다.

로테르담항보다 최신 시스템을 적용한 덕분에 CTA 터미널의 생산성은 기존 터미널보다 최대 6배가량 높다.

마틴 레인홀트 유로게이트 총괄책임자는 "함부르크항은 독자적인 정보소통 시스템인 'DAKOSY'를 이용해 터미널 운영사와 복합운송업체,하역회사,선박 대리점을 실시간 연결하고 있다"며 "무인 자동화시스템 덕분에 신속한 물량 처리가 가능한 데다 중국에 이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동유럽과 가까운 만큼 조만간 로테르담을 제칠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 5위 항만인 부산항의 자동화는 아직 요원한 상태다.

노조의 반대 등으로 현재 신선대 컨테이너터미널의 일부 선석에서 야드 크레인만 자동화했을 뿐 트레일러 자동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민간 선사들의 주도로 2009년부터 단계적으로 문을 여는 신항 2단계 구간에는 로테르담 수준의 무인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상도만한 크기에 인구도 1600만명에 불과한 네덜란드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은 효율성 높은 로테르담항이 있기 때문"이라며 "부산항이 중국 양산항 등을 누르고 동북아 물류허브가 되기 위해선 하루빨리 무인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테르담·함부르크=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