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교육의 위기, 산업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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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유대인은 교육열이 강한 것은 똑같지만 내용적으로 다른 게 있다.
유대인은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에게 '오늘 선생님에게 몇 개나 질문했느냐?'고 물어보는 반면 한국인들은 자녀에게 '오늘 선생님의 질문에 몇 개나 대답했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큰 차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휴대폰 철강 등은 우리의 주력 산업들이다.
이 주력 산업들의 발전 과정을 간단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설명하는 새로운 관점이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3단계론이다.
처음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길도 알려져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또한 알려져 있는 단계(path-known,means-known)였다는 얘기다.
이 때는 밤잠 안 자고 오로지 열심히 하기만 하면 그대로 성과로 나타났다.
다음 단계는 선진국이 길은 이미 열어 놨지만 수단은 우리 스스로 찾아 경쟁을 한번 해 보는 것이었다(path-known, means-unknown). 수단을 찾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길에서 좋은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니 이 역시 해 볼 만했다.
여기까지는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이것이 현재 우리 주력 산업들의 위상이다.
그런데 그 다음을 보니 이제는 우리 스스로 길과 수단을 다 찾아내야 할 그런 단계에 왔다(path-unknown, means-unknown). 이것은 주력 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선진국과 똑같이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될 신산업도 마찬가지다.
문제 풀이에 비유하면 이런 것이다.
첫 번째는 문제가 주어져 있고 그 모범 답안까지 잘 알려져 있는 단계이고 두 번째는 문제가 주어진 것은 같지만 좀 더 나은 풀이를 시도해 보는 단계다.
그리고 세 번째는 문제부터 새로 탐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problem-solving)과 새로운 문제를 생각해 내는 것(problem-defining)의 차이는 앞서 말했던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모범 대답을 몇 개 했느냐를 따지는 것과 선생님에게 질문을 몇 개 던졌는지를 중시하는 것의 차이와 똑같다.
이것은 게임으로 치면 완전히 서로 다르다.
하나는 남과 같아야만 안심이 되는 그런 게임이고,다른 하나는 얼마나 남과 다를 것인가가 기준이 되는 게임이다.
우리 사회가 변화가 매우 빠른 환경에 처해 있다면 전자(前者)의 게임으로만 일관하다가는 소위 '진화의 바다''죽음의 계곡'에서 몰살당하기 딱 좋다.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것은 가장 강한 자도 아닌,가장 지적인 자도 아닌,바로 변화를 감지하는 자라는데(종의 기원) 따지고 보면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란 것은 다양성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창의력에 달린 것 아닌가.
대학 입시에서의 수능등급제 문제로 시끄럽다.
딱 한 문제 틀린 것으로 등급이 달라지기도 하고,어디서 틀렸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것만 보면 수능 시험만큼 반복 훈련을 통한 실수 적게 하기와 운수에 달린 게임이 따로 없다.
다시 산업 얘기로 돌아와 보자.주력 산업이든 신산업이든 이중의 미지(未知·path-unknown,means-unknown)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최대의 과제다.
그런 관점에서 대학 입시를 보면 교육의 위기는 정말 산업의 위기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유대인은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에게 '오늘 선생님에게 몇 개나 질문했느냐?'고 물어보는 반면 한국인들은 자녀에게 '오늘 선생님의 질문에 몇 개나 대답했느냐?'고 묻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큰 차이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휴대폰 철강 등은 우리의 주력 산업들이다.
이 주력 산업들의 발전 과정을 간단하면서도 통찰력 있게 설명하는 새로운 관점이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3단계론이다.
처음에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길도 알려져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또한 알려져 있는 단계(path-known,means-known)였다는 얘기다.
이 때는 밤잠 안 자고 오로지 열심히 하기만 하면 그대로 성과로 나타났다.
다음 단계는 선진국이 길은 이미 열어 놨지만 수단은 우리 스스로 찾아 경쟁을 한번 해 보는 것이었다(path-known, means-unknown). 수단을 찾는 일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어진 길에서 좋은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니 이 역시 해 볼 만했다.
여기까지는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이것이 현재 우리 주력 산업들의 위상이다.
그런데 그 다음을 보니 이제는 우리 스스로 길과 수단을 다 찾아내야 할 그런 단계에 왔다(path-unknown, means-unknown). 이것은 주력 산업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선진국과 똑같이 경쟁하지 않으면 안 될 신산업도 마찬가지다.
문제 풀이에 비유하면 이런 것이다.
첫 번째는 문제가 주어져 있고 그 모범 답안까지 잘 알려져 있는 단계이고 두 번째는 문제가 주어진 것은 같지만 좀 더 나은 풀이를 시도해 보는 단계다.
그리고 세 번째는 문제부터 새로 탐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주어진 문제를 푸는 것(problem-solving)과 새로운 문제를 생각해 내는 것(problem-defining)의 차이는 앞서 말했던 선생님의 질문에 대한 모범 대답을 몇 개 했느냐를 따지는 것과 선생님에게 질문을 몇 개 던졌는지를 중시하는 것의 차이와 똑같다.
이것은 게임으로 치면 완전히 서로 다르다.
하나는 남과 같아야만 안심이 되는 그런 게임이고,다른 하나는 얼마나 남과 다를 것인가가 기준이 되는 게임이다.
우리 사회가 변화가 매우 빠른 환경에 처해 있다면 전자(前者)의 게임으로만 일관하다가는 소위 '진화의 바다''죽음의 계곡'에서 몰살당하기 딱 좋다.
마지막까지 살아 남는 것은 가장 강한 자도 아닌,가장 지적인 자도 아닌,바로 변화를 감지하는 자라는데(종의 기원) 따지고 보면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란 것은 다양성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창의력에 달린 것 아닌가.
대학 입시에서의 수능등급제 문제로 시끄럽다.
딱 한 문제 틀린 것으로 등급이 달라지기도 하고,어디서 틀렸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이것만 보면 수능 시험만큼 반복 훈련을 통한 실수 적게 하기와 운수에 달린 게임이 따로 없다.
다시 산업 얘기로 돌아와 보자.주력 산업이든 신산업이든 이중의 미지(未知·path-unknown,means-unknown)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최대의 과제다.
그런 관점에서 대학 입시를 보면 교육의 위기는 정말 산업의 위기다.
안현실 논설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