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순례도 하고 농촌과 환경도 살리고,군부대 위문까지….매달 한 곳씩 108개의 산사를 찾아가 108번뇌를 씻자는 뜻의 '108산사 순례기도회'가 올해 불교계의 최대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다.

순례단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100여대의 버스가 동원되고 4000여명의 순례객이 내놓는 시주금은 해당 사찰의 살림에 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기도법회 후 열리는 직거래장터에선 지역특산품을 사 가기 때문에 해당 지자체에서도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순례기도회 회주인 서울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55)에게 인기의 비결을 물었다.

"삭막한 도심을 벗어나 고즈넉한 산사에서 물소리,새소리,목탁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정화하고 재충전할 수 있어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게다가 농촌도 돕고 환경보호도 하고 여러 가지 좋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혜자 스님이 '108산사 순례기도회'를 결성한 것은 지난해 9월.전국 108개 사찰을 시와 함께 소개한 책 '선묵 혜자 스님과 함께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화남)를 안내서로 삼아 불자들과 함께 순례기도회를 갖기로 했다.

도선사에서 발대식을 가진 뒤 통도사를 순례하는 첫 기도회에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3000명가량이 모여들었고,해인사,송광사 등을 거치면서 규모가 갈수록 커져 지금까지 16개 사찰을 연인원 5만여명이 순례했다.

지난 7~8일 조계사에서 열린 기도회에는 5000여명이 참석했고,지방 사찰 순례에는 40인승 버스 108대가 동원될 정도다.

이 때문에 순례단을 실은 버스 행렬은 장관을 연출한다.

철도를 이용했던 지난 7월 안동 봉정사 순례 땐 서울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전동차 54량을 동원했다.

"주중에는 보살님(여성)들이 대부분이지만 주말에 갈 경우에는 부부,가족 참석자가 많습니다.

3대에 걸쳐 9명이 오는 집도 있어요.

동창생끼리,친목회원끼리,형제자매끼리,효도관광 차원에서 등 참석 유형도 다양합니다."

횟수를 거듭하면서 활동도 다양해졌다.

처음엔 순례와 기도만 했으나 세번째 순례지였던 송광사부터 농촌을 돕기 위한 직거래 장터를 만들었고,지난 2월 논산 관촉사 순례 때부터는 사찰 인근 군부대 장병들을 위해 초코파이를 기증하기 시작했다.

신자 1인당 초코파이 12개들이 한 상자씩 갖고 가므로 4만개 이상을 기증하게 된다.

또 부안 내소사에서는 '환경지킴이' 발대식을 갖고 사찰 주변을 청소하는 등 환경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순례 때마다 신자들이 한 되씩 시주하는 공양미는 사찰 살림에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가는 곳마다 직거래 장터가 생겨 지역 경제에도 보탬이 됩니다.

한 사람이 1만원어치만 사도 4000만원이니까요.

영암 도갑사에서 구입한 그 지역 특산물 '달맞이쌀'의 밥맛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택배로 주문하는 등 장터의 파급효과가 커요."

혜자 스님은 "앞으로 순례회원이 5000명까지는 늘어날 것 같다"면서 "새해에는 농촌 일손 부족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농촌사랑 자원봉사대를 만들어 봄부터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2월에는 300명가량의 순례단을 구성해 석가모니 탄생지인 네팔의 룸비니 동산을 순례하고,3월에는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금강산 신계사 순례도 계획 중이다.

108산사 순례기도회는 최장 9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사찰 한 곳을 순례할 때마다 혜자 스님한테 염주 한 알씩을 받아 108염주를 완성하는 것이 신자들의 목표다.

혜자 스님은 "은사인 청담 스님이 '베풀며 수행하라'고 가르친 대로 산 속에서 거리로,도시에서 농촌으로 나아가 더 많은 중생을 만나고 돕겠다"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