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에 다니는 김모씨(38)는 최근 백화점에서 시계를 하나 구입했다.

그동안 휴대폰을 시계 대신 사용했지만 주변에 시계를 차는 사람이 부쩍 증가한 데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물건이 마땅치 않아 큰 맘 먹고 시계를 산 것.최근 대학 동창들과 가진 송년 모임에서 시계가 주요 화제 중 하나였다.

그는 시계를 서너 개씩 갖고 있으면서 패션에 따라 바꿔 차는 친구가 많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처음 알았다.

남성 시계 시장이 거침없이 성장하고 있다.

구두에 이어 시계가 남성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면서 판매량이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신장하고 있다.

남성들이 시계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주요 아이템으로 인식하는 데다 패션과 어울리는 시계 제품을 다수 보유하면서 시계 시장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백화점 '효자 품목' 급부상

백화점의 명품 시계 편집매장과 일반잡화 시계 매장의 매출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 일반잡화 시계 매장의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0% 신장했다.

이곳에서는 론진,스와치,티쏘 등 30만∼300만원대 시계를 취급한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지상 2층에는 바쉐론 콘스탄틴,예거 르꿀뛰르,롤렉스 등으로 이뤄진 '크로노다임' 매장과 브레게,블랑팡,쟈케드로 등을 판매하는 '이퀘이션 두 땅' 매장이 있다.

두 매장 내 시계 판매가는 500만원 이상.올 들어 지난달까지 브레게,바쉐론 콘스탄틴 등 시계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늘었다.

현대백화점이 압구정 본점에 지난 8월 하순 문을 연 시계 편집매장 'The House of Fine Watches'에서 지난 9월 반클리프 아펠 등의 매출도 1억1000만원으로 예상치를 20%가량 웃돌았다.

지난 10월과 11월 매출이 각각 2억원,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은 연말 선물 수요 등에 힘입어 4억5000만원까지 예상된다.

이곳에는 보메 메르시에,IWC,반클리프 아펠 등 5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지난 2월 말 신세계백화점 본관 지하 1층에 개장한 시계 편집매장(영업면적 132㎡)의 올해 예상 매출은 90억원으로 단위 면적(3.3㎡)당 연매출이 백화점 매장 중 최고 수준이다.

하반기 들어 전월 대비 월별 매출 성장률은 롤렉스 등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평균 10% 선이다.

◆남성의 패션 아이콘은 넥타이·구두·시계

이처럼 시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남성이 경제적 능력과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데 시계만큼 효과적인 제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박상옥 롯데백화점 명품시계담당 MD(머천다이저)는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한 명당 보통 3∼4 켤레 보유한 구두만큼 시계 수도 늘어 난다"며 "국내에서도 시계를 패션 소품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민 신세계 백화점 과장도 "남성들이 자기를 과시하는 정점이 바로 시계"라며 "고가 시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겠다는 심리가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