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년 후 우리 꿈이 이뤄졌을 때 미국 대부분의 길에서 말과 마차는 사라지고, 대신 우리가 만든 자동차가 짐과 사람들을 실어나르며,우리 노동자들이 자신이 만든 자동차를 몰고 다닐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1907년 이같이 말했다.

그의 꿈은 실현됐다.

1908년 세계 최초의 대중차 '모델 T' 제작에 들어간 데 이어 1913년 조립라인 방식에 의한 양산체제인 포드 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서민들도 저렴한 가격에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됐다.

꿈꾸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위대한 성취를 얻고자 한다면 이에 걸맞은 비전부터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비전이란 절실히 바라지만 도달하기는 어려운 미래상을 뜻한다.

항해하는 선박의 등대처럼 비전은 행동과 의사결정의 방향타가 아닐 수 없다.

연세대 신동엽 교수(경영학)는 비전의 세가지 요건으로 도전성과 구체성,거시성(巨視性)을 손꼽는다.

첫째,비전을 보고 듣는 순간 구성원들이 가슴이 뛸 정도로 동기가 유발되어야한다.

현재의 역량만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수준의 목표를 담으면서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둘째,지향하는 바가 모호해선 곤란하다.

달성될 때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거시적인 정당성을 구비해야 한다.

조직 자체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외부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의 비전이 유사한 사례다.

그는 1982년 "우리는 비전문가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어서 개인들에게 돌려주어 각자가 조직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해방의 도구가 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잡스는 1984년 매킨토시를 선보이는등 신제품 개발을 통해 컴퓨터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디지털시대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도 1970년대 중반 현대중공업 직원들과 막걸리파티를 가지면서 "몇십 년 후면 모두 자가용을 타고 출근할 것"이라는 비전을 펼쳤다.

30여년 전만 해도 꿈만 같았던 미래상은 이미 현실로 나타났다.

이처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의 책무다.

최고경영자부터 임직원들의 역량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비전을 내놓을지 고민하는 마당에 대통령에게 있어 비전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조차 없다.

대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요 후보들의 비전을 보면 가슴이 벅차오르기는커녕 공허감만 안겨줄 뿐이다.

국민성공시대ㆍ일류국가 희망공동체(이명박),차별 없는 성장ㆍ가족행복(정동영),반듯한 대한민국 건설 (이회창) 등을 내걸고 있지만 앞서 언급한 비전의 요건에는 미달하는 까닭이다.

지극히 추상적인 데다 뜬구름 잡기식이어서 달성 여부조차 판단하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한다면 구심점이 없어 현안 해결과 발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대통령 당선자는 전 국민이 헌신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손에 잡히면서도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진정한 비전을 신정부 출범 이전에 내놓았으면 한다.

최승욱 논설위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