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 있는 미국계 미리암여자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김샛별양(18).고3 수험생이던 2005년 현지 고교 4학년으로 편입해 대학까지 진학한 샛별이는 "그동안 생활이 너무 재미있었다"면서 "최근 저처럼 이곳 대학으로 오는 한국 학생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단기 어학 연수생들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필리핀이 최근에는 학위를 목적으로 한 한국 유학생 유치에까지 열을 올리고 있다.
필리핀은 미국의 교육 과정을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영어권 국가인 데다 학비와 생활비를 합해 월 100만원이면 충분해 학위 목적의 유학생들에게도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비용은 북미와 호주 등지에서 유학할 경우 들어가는 비용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한기 등록금이 300만~400만원에 달하는 국내 대학보다도 저렴하다.
따라서 국내 중산층 자녀들에게도 그만큼 유학의 기회가 넓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중하위권 영어실력의 학생들이 특히 필리핀을 선호한다.
한국학생들이 필리핀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중하위권 대학에 진학하기는 싫고 미국 등지로 유학을 떠나자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큰 경우 필리핀이 충분히 대체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필리핀에 온 한국학생은 미리암뿐만 아니라 아테네오, UP(University of Philippines), 라살, UST(University of Santo Tomas), PWU(Philippine Women's University) 등 필리핀 상위권 대학(원) 정규 학부과정에 걸쳐 2400여명에 이른다.
미리암여대의 경우 학부생 2700명 중 외국인이 50명이고 그 중 절반인 25명이 한국 유학생이다.
샛별이는 정규 수업 외에도 부족한 영어실력을 높이기 위해 한 시간에 120페소(약 2600원)를 주고 개인교습까지 받는다.
특히 이들 대학 진학자는 한국에서 중.고교를 다니던 시절부터 방학을 이용해 필리핀 대학이나 어학원이 개설하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age.외국인을 위한 영어교육) 단기연수를 다녀온 경우가 대다수다.
혹은 브렌트.라살 등 고급 국제학교로 아예 조기유학을 떠나 그대로 진급하는 경우도 있다.
짧은 기간의 어학연수지만 '필리핀 교육 서비스'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대학까지 진출하는 셈이다.
필리핀으로 떠나는 한국유학생(단기어학연수 포함) 수는 2001년 4100명에서 올해 1만4400명으로 늘어났다.
필리핀 내 외국 유학생 중 1위다.
마닐라=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