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생명 업신여기면 지구 큰일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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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장석주씨(53)가 새 시집 '절벽'(세계사)을 출간했다.
'붉디 붉은 호랑이'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56편의 시가 담겨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 노모를 모시고 사는 시인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생명들의 '충만한 삶'을 이번 시집에 담았다.
'물오리 일가가 나들이 간다/ 어미를 앞세우고 새끼들이 뒤따르는 일렬종대./ 저게 사는 모습이다.
(중략)청명한 날 나들이 나선 물오리 일가,/ 한 번도 수뢰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는/ 저들의 일렬종대가 온화하다.'('물오리 一家(일가)' 중)
표제작을 '절벽'으로 정한 것은 이런 생명들의 소중함을 파괴하는 비인간적인 폭력에 대한 경고다.
'늙은 어머니가 새벽에 깨서/ 빗자루로 마당을 쓰는 동안/ 밀실에서는 육해공군의 머릿수와/ 野砲(야포)와 장거리미사일을 대폭 늘리려고/ 머리를 맞댄 채 긴 회의를 한다./ (중략)/ 지구는 큰일 났다!'('절벽' 중)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죽음'에 대한 시인의 태도도 더욱 성숙해졌다.
그의 시에서 죽음은 위험하고 차단해야할 존재가 아니라 그 마저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싶은 삶의 일부다.
'나 죽으면/ 꼭 그믐밤에 죽고 싶어./ 숨을 거두는 그 밤이/ 모란꽃 피는 그믐밤이라면/ 더욱 좋겠어.'('수목장' 중)
젊은 시절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인생의 일부라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1975년 등단한 뒤 30여년간 꾸준히 시작활동을 해왔지만 아직도 그에게 시는 열렬히 탐구해야 하는 대상이다.
시집의 마지막 장에 있는 '단상들'에는 시인이 생각하는 시의 의미 48개가 들어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서 시를 '표면이 곧 심연인 세계'라고 보며 '언어를 딛고 언어를 넘어가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장씨는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에 맞춘 소박한 삶을 시 안에 녹여내고 싶었다"며 "나만의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의 개념과 달리 강아지부터 물오리,앵두나무까지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모습을 노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를 쓴 지 30년이 지나면서 햇수는 옹골차게 채웠으나 소출은 빈곤하고 보람도 초라해서 벽에 머리를 찧기 일쑤"라며 여전히 치열한 시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붉디 붉은 호랑이' 이후 2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56편의 시가 담겨 있다.
경기도 안성에서 노모를 모시고 사는 시인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생명들의 '충만한 삶'을 이번 시집에 담았다.
'물오리 일가가 나들이 간다/ 어미를 앞세우고 새끼들이 뒤따르는 일렬종대./ 저게 사는 모습이다.
(중략)청명한 날 나들이 나선 물오리 일가,/ 한 번도 수뢰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는/ 저들의 일렬종대가 온화하다.'('물오리 一家(일가)' 중)
표제작을 '절벽'으로 정한 것은 이런 생명들의 소중함을 파괴하는 비인간적인 폭력에 대한 경고다.
'늙은 어머니가 새벽에 깨서/ 빗자루로 마당을 쓰는 동안/ 밀실에서는 육해공군의 머릿수와/ 野砲(야포)와 장거리미사일을 대폭 늘리려고/ 머리를 맞댄 채 긴 회의를 한다./ (중략)/ 지구는 큰일 났다!'('절벽' 중)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속에서 '죽음'에 대한 시인의 태도도 더욱 성숙해졌다.
그의 시에서 죽음은 위험하고 차단해야할 존재가 아니라 그 마저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싶은 삶의 일부다.
'나 죽으면/ 꼭 그믐밤에 죽고 싶어./ 숨을 거두는 그 밤이/ 모란꽃 피는 그믐밤이라면/ 더욱 좋겠어.'('수목장' 중)
젊은 시절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주는 인생의 일부라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1975년 등단한 뒤 30여년간 꾸준히 시작활동을 해왔지만 아직도 그에게 시는 열렬히 탐구해야 하는 대상이다.
시집의 마지막 장에 있는 '단상들'에는 시인이 생각하는 시의 의미 48개가 들어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는 여기에서 시를 '표면이 곧 심연인 세계'라고 보며 '언어를 딛고 언어를 넘어가는 것'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장씨는 "해와 달이 뜨고 지는 것에 맞춘 소박한 삶을 시 안에 녹여내고 싶었다"며 "나만의 건강을 추구하는 웰빙의 개념과 달리 강아지부터 물오리,앵두나무까지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모습을 노래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시를 쓴 지 30년이 지나면서 햇수는 옹골차게 채웠으나 소출은 빈곤하고 보람도 초라해서 벽에 머리를 찧기 일쑤"라며 여전히 치열한 시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