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서브프라임.고유가 등 대외여건 악화

과감한 규제완화로 내수 성장 이끌어야

"대외 변수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지만 새 정부가 기업 친화적 정책을 편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장들은 13일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씨티은행 후원으로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주최한 '한경 밀레니엄포럼 송년 모임'에서 "2008년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원유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중국의 긴축 정책 등 대외 변수의 악화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새 정부 출범으로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소비 투자 등 내수 부문이 받쳐준다면 경기 회복세를 꺾을 만큼의 충격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구기관장들은 특히 신정부가 출범 초기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용 목표를 바탕으로 근본적인 성장 잠재력 강화 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다.

기업 환경 개선을 통한 투자 활성화,규제 완화,노동시장 유연화,공공부문 개혁 등 새 대통령이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들도 쏟아져 나왔다.

◆"대외 여건 밝지 않다"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이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세계 경제는 수년간의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호황의 끝자락에 서 있다"며 "내년에도 서브프라임 문제를 계속 떠안고 가야 하는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얼마나 추락할 것인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말했다.

김주형 LG경제연구원장도 "원유나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농산물 수요도 빠르게 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다"며 "올해 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경제 성장률은 내년에는 4%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 것도 위험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가장 비관적인 상황은 고수익 금융상품에 유입됐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빠르게 청산되는 상황"이라며 "영국 등 다른 국가까지 주택경기 침체가 이어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 증가율 둔화도 걱정거리로 꼽혔다.

현오석 국제무역연구원장은 "내년 수출은 금년보다 다소 둔화된 11%대의 증가율을 보일 전망"이라며 "하지만 원자재와 자본재의 수입이 각각 크게 늘면서 수입은 전년 대비 13%에 육박할 만큼 늘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연구기관장들은 최소 17억달러(산업연구원)에서 최대 50억달러(현대경제연구원)까지 경상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 신바람 살려야"



연구기관장들은 그러나 소비 투자 등 내수부문이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신흥개도국과 산유국을 상대로 한 수출이 선진국의 감소분을 상쇄한다면 최악의 대외 여건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미국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중국 등 신흥개도국의 성장세가 여전하기에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독감에 걸린다'는 건 이제 옛날 얘기"라고 말했다.

오상봉 산업연구원장도 "디스플레이와 PC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은 내년 베이징 올림픽 특수가 기대되는 상품들"이라며 "선진국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10대 주력상품의 수출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모임에서는 대외 변수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내년 한국 경제는 내수 부문의 성장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으려면 규제완화와 세제 지원을 패키지로 묶은 투자 유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가 '경제 살리기'였던 만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새 정부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환율 하락에 따른 수입자본재가격 인하가 설비투자의 증가 효과로 이어지려면 기업의 신바람을 되살리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