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한 프로그램에 가격까지 크게 높아져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방학 필수코스'였던 캠프의 인기가 예년과 비교하기 힘들 만큼 시들하다.

방학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캠프의 예약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2000년 이후 최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해마다 엇비슷한 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캠프에 식상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아진 데다 가격도 예년보다 크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선 총기탈취사건 등 어수선한 사회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13일 캠프 포털사이트인 캠프나라와 캠프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캠프의 대부분이 방학을 보름 정도 앞둔 현재까지 참가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캠프 관련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문화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인 국제청소년문화협회(이하 청소년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12월 현재 개별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있는 캠프운영업체의 수는 지난해 12월 2500개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500개에 이른다.

이들 업체가 운영하는 캠프의 수는 1만2000개 선으로 추정된다.

상품 판매자의 수가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는 게 시장의 기본원리이지만 캠프 업계만은 예외다.

비싼 상품일수록 잘 팔리자 너도 나도 비싼 가격대의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실제 올해 2박3일을 기준으로 한 국내 캠프의 참가비는 평균 25만원 선으로 지난해보다 20~30%가량 비싸졌다.

100만원 선에 육박하는 상품도 많아졌다.

대표적인 예가 리더십아카데미에서 운영하는 리더십 캠프(1월4일부터)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5박6일에 92만원에 달한다.

강사들의 수준이 높고 서울대 학생들이 캠프에 참가하기 때문에 가격을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다.

김병진 (사)청소년협회 팀장은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 캠프들까지 고가정책을 쓰면서 캠프업체 전체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크게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어캠프의 경우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하다.

300만(동남아)~500만원대(북미)인 해외 캠프는 대부분 11월 중 마감된 반면 100만원 이하의 참가비를 받는 국내 캠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팀장은 "특히 해외 캠프의 경우 중간 브로커 수수료가 100만원 이상으로 가격에 거품이 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강화도 총기 탈취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최근 잇따라 터진 것도 캠프업계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서해안 기름유출 사건으로 해변에서 캠프활동이 이뤄지는 해병대 캠프,갯벌체험 캠프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해병대식 훈련,갯벌체험 등을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는 G사의 관계자는 "서해안 기름 유출사건으로 기존 예약자들까지 이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과 총기도난 사건도 캠프업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캠프나라 관계자는 "통상 선거나 월드컵 등이 있는 해는 캠프경기가 시들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올해는 총기탈취 사건과 같은 사건사고까지 겹쳐 업체들의 모객이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