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특별연금 개혁을 둘러싼 정부와 공공부문 노조 간 대립에서 기선을 잡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이번에는 공무원 수 감축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정부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100가지에 달하는 정부개혁 안을 12일(현지시간) 발표,사회 전 부문 개혁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0년간 정부부문의 고비용 구조가 고착돼 온 유럽에서 가장 개혁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으며 프랑스 르몽드도 제5 공화국 창립(1958년) 이후 전례없는 야심찬 개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집무실인 엘리제궁에서 각 부처 고위 관료까지 참여하는 각료회의를 개최,정부개혁의 목적을 설명하고 이해를 당부했다.

그는 "심도 있는 개혁 없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번 조치로 행정 서비스 분야의 혁명이 몰려올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르코지의 정부개혁 안은 프랑수와 피용 총리가 이끄는 26개 팀,200명의 전문 인력으로 이뤄진 '공공정책 검토팀'(RGPP)이 실무작업을 맡았다.

구체적으로 공무원 자연감소(퇴직)분의 50%만 충원하고 중앙 부처와 국 등을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향후 5년간 공무원 수를 10만명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 지방정부의 중복 기능 축소,비즈니스 관련 행정 서비스의 관료주의 제거,수요자를 위한 행정 서비스로 행정 관련 비용을 25% 절감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 국방부는 땅값이 비싼 파리 도심에 산재해 있는 군사용 부지를 매각,파리 남서부에 단일 군사령부를 건립해 비용지출을 줄일 계획이다.

주민증과 여권,운전면허증 등의 발급 업무를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하는 등 지방정부의 기능을 확대키로 했다.

합의이혼의 경우 법원에 출두하지 않아도 되도록 법제를 고치는 등 사회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염두에 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정부개혁에 대한 반발 가능성과 끊임없이 몰아치는 자신의 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피로감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랑스 개혁을 위해 2년 정도 고난의 시기가 필요하다"는 솔직한 화법으로 국민적 협조를 부탁했다.

공무원 수 감축과 관련해선 "계속 공직에 남는 공무원들은 급여 수준과 근무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며 "이번 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공무원 자신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무원 감원으로 아낀 비용의 절반가량을 공무원 보수와 복지혜택 개선에 재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정부개혁에 따른 비용지출 감소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프랑스는 현재 정부 조직을 운영하는 데 연간 10억유로(15억달러)를 쓰고 있다.

중앙정부에서 시골 마을 행정조직에 이르기까지 총 7개 단계로 구성된 행정단위 때문에 프랑스가 유럽에서 가장 값비싼 행정부를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국민총생산(GDP) 대비 세금부담률이 44%로 유럽에서 가장 높고 공무원 수도 510만명에 달한다.

사르코지는 정부 예산 중 정부 조직 운영비 비중을 독일과 같은 수준으로 맞추면 운영비가 8500억유로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FT는 그러나 공기업특별연금 개혁에 반대하며 계속 투쟁하겠다고 밝힌 공공부문 노조가 이번 정부 조직 개혁에 분노하고 있어 어떻게 저항할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수차례 정부 조직 개편 작업이 추진됐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지방 정치인의 저항 등으로 수포로 돌아간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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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공공정책 검토팀(RGPP)=프랑수아 피용 총리 주도로 지난 6월20일 짜여진 정부개혁안 마련 실무팀.주로 학계 인사와 딜로이트,롤랑버거 등 민간 기업 인력 200여명으로 구성됐다.

재정 사회복지 등 정부의 일반 업무현황은 물론 정부 지출의 세세한 부분을 체크하고 각 조직의 역할과 실적,비용절감 노력 등을 꼼꼼히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