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 통하지 않는 광물이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해 금속 물질로 바뀌는 현상을 발견했던 김현탁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가 그의 연구 성과를 확실하게 입증하는 논문을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번 성과는 그동안 한국 물리학계에서 있어 왔던 김 박사의 성과에 대한 논란과 의구심을 잠재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TRI는 김 박사 팀이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대 드미트리 바소프 교수 팀과 함께 빛을 쬐어 나타나는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분광학적 방법과 나노 이미징 기술을 통해 돌과 같은 절연체가 도체로 바뀌는 현상을 관측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연구 성과는 사이언스 14일자에 주요 논문으로 게재됐다.
김 박사는 2005년 산화바나듐과 산화니켈 등 전류를 흘릴 수 없는 절연체 광물에 순간적인 온도와 전류 충격을 가해 에너지 균형을 무너뜨림으로써 전기를 흐르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는 1949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N F 모트 교수가 제시한 가설을 56년 만에 입증한 획기적 연구 성과로 평가됐다.
그러나 국내 일부 물리학자들이 김 교수의 연구 성과가 부풀려졌다며 의혹을 제기해 한동안 논란이 일었다.
김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섭씨 67도 이하의 특정 온도에서 절연 물질에 온도와 전압 충격을 준 결과 이 물질이 차츰 도체 금속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이미지화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이 도체 금속은 보통 금속과 달리 전자와 전자 간 충돌을 많이 일으켜 에너지 질량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 원리를 응용하면 과열에 의한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의 배터리 폭발과 부풀림 방지뿐 아니라 발열로 오작동 위험이 있는 전자 기기에 퓨즈처럼 광범위하게 적용 가능한 스위치를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이 연구 결과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