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급등의 여파로 미국 생산자물가가 3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

소매판매액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장에도 불구하고 6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나 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인하 추세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상무부는 13일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3.2% 올랐다고 발표했다.

1973년 8월(3.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치(1.5%)도 두 배 이상 웃돌았다.

생산자물가는 1년 전에 비해서는 7.2% 뛰었다.

1981년 11월 이래 26년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변동성이 심한 식료품과 유류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전년 동월 대비로는 2.0% 올랐다.

모두 시장의 전망치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생산자물가 상승세는 기름값이 주도했다.

휘발유 가격 상승률은 34.8%를 기록,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천연가스 등 다른 연료가격도 치솟아 전체 에너지 가격의 오름폭도 14.1%에 달했다.

이 역시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실물 경기는 예상보다 탄탄했다.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와 주택 가격의 하락세에도 소비심리는 얼어붙지 않았다.

바닥 경기를 재는 바로미터인 소매판매액은 지난달 전월 대비 1.2% 증가했다.

지난 5월(1.6% 증가)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다이와증권 미국 지점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모란은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이 소매판매액이 늘어나게 된 주 요인"이라며 "당초 우려와는 달리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경기관련 지표도 예상보다 좋게 나옴에 따라 금리 인하로 금융권의 신용경색 현상을 해소하려던 FRB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출 경우 불필요하게 과도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 물가불안 심리만 자극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기간입찰대출(TAF)'이라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 방안을 통해 미국 내 금융회사들에 400억달러를 풀기로 한 계획도 성급했다는 비판에 부딪치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1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예상을 웃돌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걱정을 덜게 됐다"며 "FRB가 앞으로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