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에서 시작된 럭셔리 열풍이 이제는 휴대폰과 식품,아파트,서비스 등 전 업종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에도 '럭셔리'는 높은 부가가치를 창조하는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럭셔리 브랜드를 살펴보면 가장 두드러진 것이 '원산지 후광효과'임을 알 수 있다.

즉 럭셔리 브랜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그 문화적 배경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며,창업자와 고객이 만들어낸 전설적인 이야깃거리가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럭셔리 브랜드를 사는 사람들은 하나의 물건을 소비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사고 신화를 걸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국내 브랜드들은 많은 취약점을 안고 있다.

한국은 아직 '아시아의 신흥 개발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며 최근의 한류 열풍에 힘입어 아시아권에서는 어느 정도 브랜드 인지도가 강화되었으나 여타 나라에서는 국가 브랜드가 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IT기술의 약진에 힘입어 국내 전자업체들이 구미 각국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도 세계가 알아주는 '럭셔리 브랜드'가 곧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럭셔리'를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상상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럭셔리로 소비자에게 인식된 브랜드는 웬만해서는 그 가치를 상실하지 않는다.

또한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든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럭셔리로 자리를 굳히는 순간부터는 그 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을 단번에 거두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비즈니스다.

그래서 '게임의 룰'이 다른 업계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럭셔리 업계의 두 대가가 쓴 '럭셔리 브랜드 경영'(미셸 슈발리에ㆍ제럴드 마찰로보 지음,손주연 옮김,미래의창)은 이 업계만의 '게임의 룰'을 외부에 공개한 최초의 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내 럭셔리 산업이 태동기에 있는 시점에서 출간돼 더욱 의미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두 저자는 명품사업 경영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과 '수준 높은 미적 콘텐츠''장인정신''세계적'의 3대 조건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를 아주 쉽게 설명한다.

명품(luxury product)과 고가제품(premium product)의 분명한 구분,명품 성공에 기술이 미치는 영향 등이 포함되지 않아 좀 아쉽기는 하지만,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내용은 명품 브랜드 관리 과목에 유용한 교재이자 모든 산업에서 자신의 상품을 명품 반열에 올리고자 하는 최고경영자,마케팅 담당자들의 필독서로 권할 만하다.

한국에서 명품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이 풀어야 할 숙제는 이 책이 제시하는 예술적 콘텐츠,장인정신,국제적으로 대표될 수 있는 명품의 필수 요소를 우리가 어떻게 소화해 새로운 개념의 명품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많은 독자가 본서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그 해답을 얻기 바란다.

543쪽,3만5000원.

이장혁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