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있는 여생을 위해 은퇴를 결심한 유명해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모든 주식을 지난해 자녀들에게 증여했다.

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상당히 높아,주식 증여에 대한 증여세를 꽤 많이 내긴 했지만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런데 며칠 전 뜬금없이 회사 부동산을 자녀들이 새로 산 것으로 돼 있다며 구청에서 취득세 고지서가 나왔다.

자녀들은 주식을 취득한 것인데 부동산을 취득했다니 도대체 무슨 뜻인가.

현행 지방세법을 보면 법인의 주식(지분)을 취득함으로써 비상장 법인의 과점주주가 된 자는 그 법인의 취득세 과세대상,즉 부동산이나 차량 등에 대한 취득세 납세의무가 있다는 규정이 있다.

이른바 과점주주의 '간주취득'이라고 하는 다소 특이한 제도다.

이는 비록 주식을 취득한 것이지만 그 과점주주가 회사를 실질적으로 소유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사실상 법인의 부동산 등을 취득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간주해 과세하는 취지다.

여기서 과점주주란 특정주주와 그의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합하여 51% 이상인 주주를 말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주식을 취득하거나 증자참여 등으로 최초로 과점주주가 된 경우에는 과점주주 비율 전체에 대해 취득세를 내야 하고,지분이 추가로 증가한 과점주주는 그 추가분에 해당하는 지분에 대해서만 취득세를 내면 된다.

다만,법인설립 시 주식을 취득해 이미 과점주주가 된 경우는 취득세 납세의무가 없다.

위 사례에서 유씨는 본인이 전체주식을 소유하여 이미 100% 과점주주였지만 법인을 처음 설립했을 때 주식을 취득했던 것이므로 그 이후 법인이 부동산이나 차량 등을 취득했을 때는 간주취득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자녀들은 법인설립 이후 주식을 취득해 과점주주가 됐기 때문에 부동산 등에 대한 취득세를 내야 한다.

만일 부동산 등을 취득할 의사가 있고 본인이나 특수관계인이 주식을 추가 취득할 뜻이 있는 상황이라면 주식정리를 먼저 완료한 뒤 부동산 등을 취득하는 것이 순서다.

간주취득은 지분변동일 현재의 취득세 과세대상자산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지분변동일 이후에 취득하는 자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식을 매매하거나 증여 등에 의하여 지분변동이 예상되는 경우 간주취득에 따른 취득세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이현회계법인 현상기 세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