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에 힐러리와 내가 후원한 백악관 자선 모임에서 빌 게이츠는 "돈을 벌기보다 쓰기가 더 어렵다"는 인상적인 말을 했다.

미국의 두 번째 부호인 워런 버핏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자기 재산의 상당 부분인 300억달러를 게이츠 재단에 맡긴 것이다.

그는 자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 자녀의 재단에도 적지 않은 금액을 기부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새 책 'Giving'(김태훈 옮김,물푸레)에서 털어놓은 얘기다.

그는 기부 활동을 축하하기 위해 버핏에게 전화를 걸면서 동기가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투자자들이 자신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내가 더 많은 돈을 벌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자가 되었지요.

마찬가지로 빌과 멀린다는 나보다 내 돈을 더 잘 써 줄 겁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다른 사람이 버핏만큼 부와 명성을 가졌다면 대부분 직접 재단을 세워서 자기 이름으로 기부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게이츠 부부의 활동을 본 후 자신의 돈으로 최대한 좋은 일을 많이 하도록 게이츠 재단에 위탁한 버핏의 결정은 큰 의미를 지닌다'고 썼다.

그는 이 책에서 '미국 대통령보다 더 크고 의미 있는 역할'로 퇴임 후의 삶을 재설계한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들려 준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나누는 봉사 활동에 여생을 바치기로 했고,2004년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을 뻔한 이후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더욱 절실히 알게 됐다는 것.그러면서 나눔을 실천하는 '영웅'들과 그들의 방법까지 소개한다.

트레일러 주차장의 버스 안에서 자라 하버드대 의대를 졸업한 후 빈곤 지역에서 에이즈와 폐결핵에 맞서 의료 활동을 펼치며 아이티와 르완다에 최초로 공중 보건소를 세운 폴 파머 박사,75년간 세탁소를 운영하며 근근이 모은 15만달러를 흑인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미시시피대학에 기부한 오시올라 매카티,학생들을 위해 5만7000㎡ 크기의 타이거 우즈 학습센터를 세운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12마리의 양을 우간다의 한 마을에 보내 학생들의 자립을 도운 헤퍼 인터내셔널….

이들 '영웅' 중에 한국인이나 한국 단체가 하나도 언급되지 않은 게 안타깝다.

퇴임 후 봉사 활동에 나서는 대통령의 모습도 기다려진다.

미국에서 초판만 75만부 이상 발행된 이 책의 수익금은 자선 단체와 비영리 단체에 기부될 예정.한국어판을 펴낸 물푸레 출판사도 수익금 일부를 내놓을 계획이다.

282쪽,1만2000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