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 "2008년 예금→증시 이동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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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장들은 은행의 예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하는 소위 '머니무브(money move)'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을 통한 대출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은행들의 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14일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 초청으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월례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을 비롯한 저원가성 예금이 주식형 펀드로 이동하고 있는 현상은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 보유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점 등을 감안하면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은행예금에서 증시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은 올 들어 가속화하고 있다.
12일 현재 자산운용사들의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11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잔액(46조원)과 비교하면 2배 반 이상으로 급증했다.
반면 은행의 예금성 수신(실세요구불예금+저축성예금)은 작년 말 551조원에서 11월 말 545조원으로 6조원 줄었다.
특히 저원가성 예금이라 할 수 있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에선 올 들어 12조2000억원이나 빠져나갔다.
이처럼 예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도 은행대출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들어11월까지 은행권의 가계 및 기업대출은 중소기업대출이 69조원 늘어난 것을 비롯해 96조원이나 증가했다.
은행들은 부족한 자금 마련을 위해 CD나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을 확대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CD금리는 연일 6년반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은행들은 CD나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고 대출자산을 유동화해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주택담보대출의 90%가 변동금리 대출이기 때문에 여의치 않다.
은행장들도 이 같은 상황을 감안, "내년에는 CD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을 통해 대출재원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대출자산의 유동화도 아직 원활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은행의 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성 수신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대출 속도 조절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이날 회의에는 박해춘 우리은행장,신상훈 신한은행장,이경준 기업은행 행장 직무대행,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정용근 농협신용대표 이사,장병구 수협 신용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