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면기 아신기술 사장 >

예나 지금이나 대다수 국민의 소박한 꿈은 '평화롭게 잘사는 것'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열두분이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것은 고마운 일이나,매일 상대방을 비하하는 데만 열중이고, '어떻게 하여 잘살게 해주겠다'는 정책 논의는 보기 힘드니 국민의 입장에서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다.

온 국민이 피땀 흘려 이룬 '한강의 기적'을 통해 30여년간 벌어 놓은 것으로 아직은 보릿고개 걱정할 염려는 없으나, 매일 같이 데모와 파업, 그리고 정쟁으로 소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닥이 날 테니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그동안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시장마저 고유가에다 낮아지는 환율 탓에 어두운 전망이다.

국가경쟁력은 하강하고 있고,경제위기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형국이다.

국가경쟁력의 요체는 가격과 기술 경쟁력이다.

우리는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한 기술과 가격경쟁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를 모델 삼아 약진하는 후발 개도국의 저가 공세와 3고(고임금,고비용,규제) 및 3저(환율,생산성,투자) 현상으로 인해,우리 기업은 가격경쟁력을 급속히 잃고 있다.

또한 선진국은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고급기술 이전을 기피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의 살길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본다.

저임금 체제로 회귀하는 것은 불가능하고,오직 선진국처럼 기술경쟁력을 키우는 길만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술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고,우리 정부도 연구개발에 연간 9조원 규모의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한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상당한 투자를 하여 개발한 기술이 상업화가 안되고 있는 것이다.

상업화가 안되면,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안되고 결국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의 원인은 무엇일까?

기술을 개발단계별로 첫째 특허(원천)기술,둘째 상업화 기술,셋째 공장건설 및 운전 기술로 분류할 수 있다.

우리의 기술 수준을 보면, 공장건설 및 운전 기술은 선진국 수준이고, 현재 특허기술 개발에 정부와 기업이 집중 투자하고 있다.

문제는 '상업화 기술' 수준이 초보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상업화 기술의 부족 때문에 개발한 특허기술이 사장되고 있는 것이다.

'상업화 기술'이란 특허기술을 산업화하는 '공정기술'로서 공정개발,스케일업,공정설계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면 최근 포스코가 정부지원을 받아 상업화한 파넥스 공법 같은 기술을 말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거의 모든 '기술'을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하고 매년 약 4조원의 기술료를 지불하고 있는데,우리가 도입하는 기술이 바로 '공정기술' 이다.

공정기술은 정유,석유화학,생명공학,에너지,환경,철강,조선,반도체 등 여러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필수적인 핵심 기반기술로서,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공정기술의 발전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러나 공정기술의 발전은 많은 시간과 투자를 필요로 하므로, 영국 프랑스 중국 등 경제 규모 대국들도 공정기술을 전담하는 기관을 정부가 설립하여 육성하였다.

한국에는 현재 총 53개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있으나,안타깝게도 공정기술 전담기관이 아직도 없는 실정이다.

막대한 연구개발(M&A) 투자로 개발한 유망 신기술이 사장(死藏)되는 것을 방지하고 다음세대에 먹거리 수단을 제공할 성장동력화의 핵심 사업으로, 국가 기술경쟁력의 핵심인 '공정기술'을 총괄하여 육성, 발전시킬 전담 기관으로 '공정기술원'을 설립할 것을 차기 대통령과 정부에 건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