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배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미국은 지금 주택위기에 빠져 있다.

미국 주택경기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으로 2005년 하반기부터 둔화하기 시작하다가,지난 여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급랭하고 있다.

주택판매가 10여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주택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으며,향후 주택경기 전망을 예고하는 주택건축허가 등 각종 선행지표들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꿋꿋하게 버틴 주택가격도 결국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최소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는 서브프라임 사태와 연관돼 있어 매우 심각하다.

현재 주택가격 하락폭이 점점 커지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디폴트가 다시 증가하고,디폴트 현상은 프라임 모기지로 확산되고 있다.

주택경기 급락을 방지하고 신용경색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은 보증확대,유동성확대,금리인하 등 다양한 노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서브프라임 문제가 진정되지 않자 급기야 지난 6일 부시 정부는 일부 1순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 금리를 고정하겠다는 강력한 계획을 발표했다.

대형투자은행들은 올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2% 이하로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2008년도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가 미국 주택시장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몰고 올 부정적 파장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우리 주택시장 역시 위기 징후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한 대책을 발표하자 주택시장이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

주택경기가 호황일 때 수도권 규제를 피해 지방에 착공됐던 아파트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지방을 중심으로 아파트 초과공급 현상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10월 현재 전국 미분양아파트 수는 10만채를 넘어섰고,업계에서 느끼는 수치는 이보다 훨씬 크다.

미분양아파트 문제가 점점 수도권으로 북상(北上)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앞둔 일시적인 현상만은 아닌 듯싶다.

지방 중견 건설업체들의 도산이 잇따르면서 그동안 급증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등의 부실화와 관련된 한국판 서브프라임 문제도 간간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택수요도 크게 약화되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가운데 고유가와 원자재가격 급등 등이 시차를 두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크다.

또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5%대 후반에 머물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이미 최고 8%를 넘어서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정 기간 이후 주택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안심하고 있는 듯하다.

국내 주택시장이 미국과 달리 위기로 비화되지 않고 연착륙하기를 바라지만 어떤 계기로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생각 이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취약한 가계 재무구조를 견디지 못해 집을 팔려고 내놓는 매물이 급증하면서 일시적일 수도 있지만 적정가격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가계 금융자산이 부족하고,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금융자산 매각을 통해 해결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구(北歐) 3국도 1990년대 초반 금융기관의 가계부실 채권이 급증하면서 버블이 붕괴되는 커다란 금융위기를 경험했었다.

따라서 대선 후 최대 당면 과제는 주택시장의 연착륙으로 생각된다.

대선 이후 무리한 지역개발을 자제해 버블 확대를 막으면서 매우 조심스러운 정책이 필요하다.

가계도 무리한 대출에 의존한 주택 구입을 억제하고 투기적인 재테크보다는 건전한 소비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2008년은 국가나 가계 모두 대선 이후의 기대로 가득 찰 수 있지만,사실은 리스크관리가 더욱 중요한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