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든 여성들의 노동수도공동체인 남원 동광원의 김금남 원장(79)의 얼굴은 그렇게 깨끗하고 맑아 보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말했다.

"1949년에 동광원 식구들은 광주 방림동 와이엠씨에이 건물에 살다가 쫓겨났어요.

30여명이 한겨울인데도 오갈데가 없어서 방림다리 밑에 천막 세 개를 치고 살았습니다.

10여명이 한 막 속에 들어가다보니 밤에 발도 뻗을 수 없었어요.

그 추위 속에서 옆 사람의 체온에 의지해 잠이 들곤 했습니다.

탁발하고 시장에서 주워온 푸성귀들을 다리밑에서 물에 씻어 팔팔 끓여 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어요.

육체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영혼의 기쁨이 말할 수 없이 커지는 게 참으로 신비로운 일이지요."

그리고 그녀는 그 노구가 땅에 닿도록 절을 했다.

정말 빛을 본 사람만이 그 빛에 먼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가.

-이시영 '행복'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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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도울 수 없는 이유를 대자면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그런데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남을 돕지는 못하고 제 한몸 추스르며 사는 사람도 있다.

또는 남에게서 무엇을 빼앗고,빼앗을 궁리를 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주어진 시간은 같은데 사는 방식이 이렇게 다르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