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맨 "소나기 피하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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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연말이면 병원 회식자리의 뒤치다꺼리 하느라 제일 바쁜데,올해는 부르는 데가 한 군데도 없네요.
"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병원 영업을 담당하는 영업사원(38)의 말이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 이후 의사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1일 국내 10개 제약회사에 대한 리베이트 조사 결과 및 과징금을 발표한 후부터 제약업계 일선 영업현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평소 관행적으로 해왔던 △회식비 제공 △골프접대 △국내.외 학회 지원과 같은 일들이 '리베이트'로 간주되면서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
A제약사의 영업사원은 "저녁 한번 대접하겠다고 얘기를 해도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는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제약업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았던 의사들의 경우 뒤탈이 있을까 걱정하는 이도 많다"고 귀띔했다.
공정위가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에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사들은 영업사원에게 "합법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발빠른 영업사원들은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서비스'로 의사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B제약사의 7년차 영업사원은 "주말에 의사들을 골프장까지 차로 모셔다 준 뒤 인근 사우나에서 쉬고 라운딩이 끝나면 다시 '픽업'해 주고 있다"며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의사들을 공항에서 차로 영접하는 식의 '몸으로 때우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불만을 토로하는 영업사원도 많았다.
C제약사의 영업사원은 "리베이트 조사를 맡았던 공정위 간부가 최근 한 토론회 자리에서 '제네릭(일명 카피) 제품도 이제 효능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영업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제네릭은 기본적으로 오리지널 제품이랑 성분이 똑같은데 무슨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영업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러면서도 영업활동 위축이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영업사원들은 한결같이 지적했다.
D제약사의 영업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가 적었고,조금 지나면 감시가 느슨해질 것"이라며 "제약회사 간 경쟁이 치열한데 리베이트 관행이 없어질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검찰 수사로 넘어간 지금은 잠깐 동안 넙죽 엎드려 눈치를 살피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기존의 리베이트 관행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제약사의 영업지원팀 관계자는 "제약업계 리베이트 조사가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솔직히 말해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잠깐 판촉활동을 자제해 남는 돈으로 과징금을 내면 된다는 게 제약업계의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병원 영업을 담당하는 영업사원(38)의 말이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 이후 의사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공정위가 지난달 1일 국내 10개 제약회사에 대한 리베이트 조사 결과 및 과징금을 발표한 후부터 제약업계 일선 영업현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평소 관행적으로 해왔던 △회식비 제공 △골프접대 △국내.외 학회 지원과 같은 일들이 '리베이트'로 간주되면서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
A제약사의 영업사원은 "저녁 한번 대접하겠다고 얘기를 해도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는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제약업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았던 의사들의 경우 뒤탈이 있을까 걱정하는 이도 많다"고 귀띔했다.
공정위가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에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사들은 영업사원에게 "합법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발빠른 영업사원들은 돈이 전혀 들지 않는 '서비스'로 의사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B제약사의 7년차 영업사원은 "주말에 의사들을 골프장까지 차로 모셔다 준 뒤 인근 사우나에서 쉬고 라운딩이 끝나면 다시 '픽업'해 주고 있다"며 "해외 출장을 갔다 돌아오는 의사들을 공항에서 차로 영접하는 식의 '몸으로 때우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에 불만을 토로하는 영업사원도 많았다.
C제약사의 영업사원은 "리베이트 조사를 맡았던 공정위 간부가 최근 한 토론회 자리에서 '제네릭(일명 카피) 제품도 이제 효능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영업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제네릭은 기본적으로 오리지널 제품이랑 성분이 똑같은데 무슨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영업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러면서도 영업활동 위축이 그리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영업사원들은 한결같이 지적했다.
D제약사의 영업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가 적었고,조금 지나면 감시가 느슨해질 것"이라며 "제약회사 간 경쟁이 치열한데 리베이트 관행이 없어질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검찰 수사로 넘어간 지금은 잠깐 동안 넙죽 엎드려 눈치를 살피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제약사가 기존의 리베이트 관행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E제약사의 영업지원팀 관계자는 "제약업계 리베이트 조사가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솔직히 말해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잠깐 판촉활동을 자제해 남는 돈으로 과징금을 내면 된다는 게 제약업계의 생각"이라고 털어놓았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