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부사채(BW) 행사로 단숨에 한진해운 주요주주에 오른 말레이시아 펀드 PVP가 시장의 관심을 끈다.

막대한 차익을 챙길 것으로 보이는 PVP가 지난해 조수호 회장 별세 이후 각종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점쳐진 한진해운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16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주말 PVP가 2001년 매입한 BW 1274만주(지분율 15.09%) 가운데 789만8800주(9.92%)를 주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잠재주식 484만1200주를 행사하지 않았음에도 PVP는 대한항공(6.04%) 양현재단(4.12%) 한국공항(3.9%) 최은영 부회장(1.77%) 등 기존 대주주들을 제쳤다.

PVP의 행사가액은 주당 5000원으로 현 주가 기준으로 약 7배 이익을 낼 것으로 계산된다.

잔여 BW를 포함한 평가차익은 사채 인수금 등을 제외하고 약 4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PVP에 대해 알려진 사실이 거의 없고 회사 측도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김영민 한진해운 총괄부사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출자한 펀드로 말레이시아에 등록된 것으로만 안다"며 "펀드 출자자가 누군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최대주주를 위협할 만한 BW를 사모 발행하고도 인수 주체에 대해서는 핵심 경영진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2001년 말 한진해운이 5000만달러 규모의 BW를 발행할 이유가 있었느냐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한진해운은 당시 해운경기가 좋지 않고 자금이 필요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해운업계나 증시 전문가 모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당시 해운 경기가 좋지 않았지만 한진해운이 5000만달러가 급박할 정도는 아니었고 지분을 담보로 한 BW 이외의 자금조달 방법도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2001년 매출 4조6000억원에 영업이익 2537억원을 냈다.

2001년 말 현금성 자산도 2144억원이나 있었다.

이런 의문들이 누적되면서 PVP가 실제는 한진해운 대주주 소유가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PVP 펀드 출자자가 한진해운 대주주 일가일 것이란 관측이다.

당시는 고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 회장으로 있었을 때였다.

김 부사장은 "그런 의혹이 있을 수는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의혹의 진위를 떠나 PVP 지분은 한진해운 지배구조의 핵심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조수호 회장이 타계한 이후 미망인인 최은영씨가 한진해운 부회장에 올랐다.

현재 대한항공과 한국공항 등의 한진해운 지분은 9.95%, 최 부회장 측 지분이 8.25%다.

PVP 지분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경영권 향방이 명확히 갈린다.

이밖에 이스라엘 해운업체 새미오퍼측의 투자회사인 월센드홀딩스가 11.49%를 갖고 있다.

PVP 지분이 누구에게 넘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한진해운이 되사올 수는 없다.

발행 당시 옵션계약을 맺지 않은 까닭이다.

김 부사장은 다만 "PVP가 지분을 팔 때 한진해운이 지정한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도록 약정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