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먹을것 없는 대선 밥상이지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洪準亨 <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공법학 >
"그나마 선거라도 있으니 우리를 찾지." 장터 상인들이 내뱉는 푸념이다.
생전 관심 한번 보이지 않다가도 선거를 한다니까 자신들을 찾는다고.모든 선거에 모든 후보들이 이렇듯 차마 숨기지도 못한 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알량한 속셈을 꼬집는 이야기지만,곱씹어 볼 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게 선거라도 있어야 후보라는 사람들이 몸을 낮추고 낮은 데로 임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아니던가,일리가 있다.
투표를 안 하면 혼을 내기라도 할 듯 동네방네 확성기로 위협을 하고 다니던 통일주체국민회의 선거 시절도 있었지만,그런 선거조차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하지만 선거없는 정치,민주주의와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맞다.
맞는 얘기다.
선거라도 있으니 나라꼴이 뭐냐며 한번 크게 꾸짖을 기회가 오지 않는가.
경기를 되살리기만 한다면,일자리를 좀 더 많이 만들어 내기만 한다면,살림살이 좀 좋아질 수만 있다면,소박한 서민들의 단순명료한 꿈은 그 다음 얘기다.
그런데 이번 대선(大選)은 이상한,기묘한 선거라고 한다.
이렇게 재미없는 대선은 처음 본다는 이야기,찍을 사람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대선이라는 이름의 밥상에 군침 도는 맛깔스런 반찬이 적었기 때문이다.
후보들끼리 서로 물고 뜯는 말들은 무성한데 정작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것은 드물다는 얘기다.
'김경준-BBK'라는 복잡한 의혹 하나 가지고 선거판을 도배질하다가 아까운 시간 다 보냈으니 정작 정책선거는 인기없는 TV프로의 줄거리 정도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중도사퇴한 후보들의 아까운 기탁금도 걱정하지만,자신들이 낸 피같은 세금이 이런 대선을 위해 쓰이는 게 너무 아깝다.
차선,차악을 고르면 된다고 하지만 좀처럼 내키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적어도 반 이상은 투표장에 나갈 것이다.
그냥 그저 공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여기기도 하겠지만,무언가 말을 하고 싶고,그렇게는 안 된다며 외치고 싶은 목마름이 있기 때문이다.
헛기침이라도 목청을 다해 내는 최소한의 민주주의다.
여러분은 무슨 정책을 선택하시겠습니까,이렇게 묻는 뜻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BBK의혹 하나 따라잡기도 힘들었는데 또 무슨 정책이란 말인가,실현가능성은 무엇이고 재원조달은 또 무언가.
그저 누가 얼마나 누구를 더 잘 살게 할 수 있겠는가만 생각한다고 탓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그 최소한의 민주주의만으로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무언가 뜻은 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 선거가 무슨 로또는 아니지 않는가.
될성싶은 후보에 표를 몰아준다든가,싫은 것 빼고 남는 후보에 표를 던진다든가,아니면 그냥 인기투표로 연예인 뽑듯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사표(死票)라도 다시 헤아려 반영하기도 하지만,대통령 선거는 오직 한 사람 뽑는데 모든 것을 건다.
20여%의 지지만으로도 당선되는 경우가 있기에 비용이 들더라도 그 한 사람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반면,누구든지 당선되는 그 한 사람은 공식적으로 사표가 돼 버린 다른 후보들에게 던져진 민심들을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깊이 헤아려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꼭 그 한 사람,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라는 뜻,그 뜻을 옳게 헤아리는 일이야말로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임무일 것이다.
이제 이틀 뒤면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을 것이다.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예상도 나돈다.
투표율의 높낮이 자체는 선진국 여부와는 무관하다.
독재국가들의 높은 투표율을 선망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선진국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도 본받을 일은 못 된다.
보장은 안 되지만,그 누구든 뽑힐 한 사람이 뽑히지 못한 다른 후보들에게 향한 민심을 헤아리고 추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그래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올지 모르는,소중한 임금님표 한 표를 행사하러 기쁜 마음으로 나가자.
"그나마 선거라도 있으니 우리를 찾지." 장터 상인들이 내뱉는 푸념이다.
생전 관심 한번 보이지 않다가도 선거를 한다니까 자신들을 찾는다고.모든 선거에 모든 후보들이 이렇듯 차마 숨기지도 못한 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알량한 속셈을 꼬집는 이야기지만,곱씹어 볼 만한 구석이 있다.
그러게 선거라도 있어야 후보라는 사람들이 몸을 낮추고 낮은 데로 임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아니던가,일리가 있다.
투표를 안 하면 혼을 내기라도 할 듯 동네방네 확성기로 위협을 하고 다니던 통일주체국민회의 선거 시절도 있었지만,그런 선거조차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하지만 선거없는 정치,민주주의와 삶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맞다.
맞는 얘기다.
선거라도 있으니 나라꼴이 뭐냐며 한번 크게 꾸짖을 기회가 오지 않는가.
경기를 되살리기만 한다면,일자리를 좀 더 많이 만들어 내기만 한다면,살림살이 좀 좋아질 수만 있다면,소박한 서민들의 단순명료한 꿈은 그 다음 얘기다.
그런데 이번 대선(大選)은 이상한,기묘한 선거라고 한다.
이렇게 재미없는 대선은 처음 본다는 이야기,찍을 사람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대선이라는 이름의 밥상에 군침 도는 맛깔스런 반찬이 적었기 때문이다.
후보들끼리 서로 물고 뜯는 말들은 무성한데 정작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 만한 것은 드물다는 얘기다.
'김경준-BBK'라는 복잡한 의혹 하나 가지고 선거판을 도배질하다가 아까운 시간 다 보냈으니 정작 정책선거는 인기없는 TV프로의 줄거리 정도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중도사퇴한 후보들의 아까운 기탁금도 걱정하지만,자신들이 낸 피같은 세금이 이런 대선을 위해 쓰이는 게 너무 아깝다.
차선,차악을 고르면 된다고 하지만 좀처럼 내키지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은 적어도 반 이상은 투표장에 나갈 것이다.
그냥 그저 공민으로서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 여기기도 하겠지만,무언가 말을 하고 싶고,그렇게는 안 된다며 외치고 싶은 목마름이 있기 때문이다.
헛기침이라도 목청을 다해 내는 최소한의 민주주의다.
여러분은 무슨 정책을 선택하시겠습니까,이렇게 묻는 뜻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BBK의혹 하나 따라잡기도 힘들었는데 또 무슨 정책이란 말인가,실현가능성은 무엇이고 재원조달은 또 무언가.
그저 누가 얼마나 누구를 더 잘 살게 할 수 있겠는가만 생각한다고 탓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그 최소한의 민주주의만으로는 왠지 마음이 편치 않다.
그래도 무언가 뜻은 전해야 하지 않겠는가.
대통령 선거가 무슨 로또는 아니지 않는가.
될성싶은 후보에 표를 몰아준다든가,싫은 것 빼고 남는 후보에 표를 던진다든가,아니면 그냥 인기투표로 연예인 뽑듯 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사표(死票)라도 다시 헤아려 반영하기도 하지만,대통령 선거는 오직 한 사람 뽑는데 모든 것을 건다.
20여%의 지지만으로도 당선되는 경우가 있기에 비용이 들더라도 그 한 사람이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반면,누구든지 당선되는 그 한 사람은 공식적으로 사표가 돼 버린 다른 후보들에게 던져진 민심들을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깊이 헤아려야 할 일이다.
우리나라에는 꼭 그 한 사람,자신을 지지한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라는 뜻,그 뜻을 옳게 헤아리는 일이야말로 나라를 이끌 지도자가 해야 할 첫 번째 임무일 것이다.
이제 이틀 뒤면 우리는 새 대통령을 뽑을 것이다.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예상도 나돈다.
투표율의 높낮이 자체는 선진국 여부와는 무관하다.
독재국가들의 높은 투표율을 선망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선진국들의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도 본받을 일은 못 된다.
보장은 안 되지만,그 누구든 뽑힐 한 사람이 뽑히지 못한 다른 후보들에게 향한 민심을 헤아리고 추스를 것이라고 기대하면서,그래도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올지 모르는,소중한 임금님표 한 표를 행사하러 기쁜 마음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