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 헛방" "정글 자본주의"

17대 대선의 해인 올해 정치권에서는 어느 때보다 풍성한 말들을 쏟아냈다.

경선과 대선과정을 거치면서 폭로와 흑색선전이 난무한 가운데 각 정당과 후보들은 저마다 처한 정치적 상황을 압축하고 대변하는 어록들을 대량 생산해 냈다.

촌철 같은 어록의 압권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다.

그는 지난 1월10일 노무현 대통령이 4년제 중임을 골자로 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한마디로 규정했다.

11월1일에는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의 "좌시하지 않겠다"는 발언에 "너무 오만의 극치라고 본다"고 일침을 가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6월4일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합당한 것을 비판하면서 "흥정과 야합으로 이룬 '도로민주당'"이라고 정리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6월21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강연에서 범여권과 박 전 대표 측이 파상 검증공세를 전개하자 "지금은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니라 사면노가(四面盧歌)의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을 통해서도 다양한 말들이 이목을 끌었다.

같은 신당 경선후보였던 이해찬 의원은 TV토론에서 정동영 경선후보가 "이 후보와 저는 서울대 동기로…."라고 하자 버럭 화를 내면서 "아,그 친구 이야기 좀 그만하세요. 공적인 자리에서…"라고 면박을 줬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대운하 공약에 대해 지난 7월1일 "금수강산을 다 파헤쳐 대운하를 만든다는 것은 재앙이며 건설업자가 아니면 내놓을 수 없는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17대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BBK의혹의 핵심 피의자 김경준씨가 11월16일 국내로 송환된 직후 취재진에게 던진 첫 멘트는 "일부러 이때 온 게 아니다,갖고 온 게 있다"였다.

BBK의혹을 둘러싸고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후보는) 한방이면 간다"는 '한방론' 공세를,한나라당은 "결국 한방은 헛방으로 끝날 것"이라는 '헛방론'으로 맞섰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