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을 57세에서 60세로 연장하기로 공무원노동조합과 합의한 것은 선심행정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정년 연장은 관련 법률 개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생색은 지금 내고 이행에 따른 부담은 차기 정부와 국회에 떠넘기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까닭이다.

지난 5년간 9만6000여명의 공무원이 늘어난 실정에서 정부가 정년 연장까지 약속한 것을 놓고 시민단체와 경제단체 등이 현실을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하는 것도 당연하다.

대선 이후 본격 추진될 정부 조직 축소(縮小) 움직임에 이번 결정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물론 저출산.고령화 추세에서 정년 연장 등 고령자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중요하다.

문제는 보완대책없이 섣불리 정년 연장이 추진된다면 청년층의 취직 기회 축소,경력자 채용 기피 등 부작용이 초래될 공산이 적지않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공무원 정년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 입장은 시기상조다.

취업난과 실직 등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을 외면한 것일 뿐 아니라 공직 선호 풍토를 더욱 부추겨 결국 기업의 인재난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공무원 정년은 민간부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정년을 채우기 전에 다른 직장을 구하지 않고 쫓겨나는 공무원은 비리 관련자 외에는 거의 없다.

그렇지만 기업에서는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례가 숱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정년이 늘어난다면 국민 부담 증가는 물론 정년 연장 요구에 따른 기업의 경영 압박이 가중될 것은 뻔하다.

한국경총이 "민간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공무원의 정년 연장은 국민들의 공감대(共感帶) 형성 등을 통해 신중히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년 연장을 검토하기에 앞서 공무원 간 경쟁 촉진을 통해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무능력자와 근무태만자를 겨냥한 퇴출제를 도입하거나 확대시행하는 것이 절실하다.

정녕 공무원 정년을 연장하고 싶다면 정부는 비대한 공무원 조직을 줄이고 날로 적자가 쌓이는 공무원연금을 뜯어고칠 방안부터 서둘러 내놓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