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거짓말 드러났다"
한나라 "공갈범과 공조하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000년 10월17일 광운대 최고경영자 과정 초청강연에서 "2000년 1월 BBK를 설립했다"고 발언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대통합민주신당에 의해 공개돼 대선 정국에 막판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신당 등 범여권은 "이로써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은 끝장났다"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고,한나라당은 "새로울 것도 없는 '꼬투리'를 잡아 또다시 한 방을 터뜨리려는 시도"라고 일축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광운대 강연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은 100억원을 요구하며 정치권과 거래를 시도하다 전날 한나라당의 신고로 경찰에 체포된 동영상 소지자들이 갖고 있던 것으로,신당 의원들과 이회창 무소속 후보 측 김정술 변호사가 이들을 설득해 받아냈다.

동영상에 따르면 이 후보는 당시 강연에서 "요즘 제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서 인터넷 금융회사(LKe뱅크)를 창립했다.

해서 금년 1월 달에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하고 이제 그 투자자문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위해서 사이버 증권회사를 설립하기로 생각을 해서 지금 정부에다 제출해 이제 며칠 전에 예비허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또 "21세기에 맞는 내가 이제 대한민국에 와서 인터넷 금융그룹을 만든 거죠.제가 어제자 신문에 증권회사를 만든다 이렇게 신문에 났다" "새로운 수익모델이 있어서 이익을 첫해부터 내겠다" "BBK 투자자문회사는 금년에 시작했지만 이미 9월 말로 28.8% 이익이 났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신당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낸 성명서에서 "이명박 후보가 저지른 BBK 주가조작 범죄행위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거짓말쟁이 이명박 후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을 갖고 공갈 협박범과 공조해 대선정국을 어지럽히려는 시도"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광운대 강연이 있기 하루 전에 보도된 동아일보 인터뷰 기사를 제시하면서 "이 후보는 이 인터뷰에서 '김경준 사장이 지난해 BBK 설립 이후 한국 증시 주가가 60% 빠질 때 28.8%의 수익을 냈다'고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며 "광운대 강연 내용은 새로운 금융회사 모델인 LKe뱅크를 소개하면서 복잡한 사실들을 일일이 구분해 설명하지 않고 동업자 회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홍보하는 과정에서 나온 부정확한 표현일 뿐"이라고 밝혔다.

즉 당시 김경준과 동업관계에 있던 이 후보가 김경준 소유의 BBK투자자문이나 공동설립 회사인 LKe뱅크ㆍEBK증권중개 등을 '종합금융그룹'이란 개념 아래 뭉뚱그려 소개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박 대변인은 특히 "검찰에서도 이 대목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발표한 바 있다"며 "수많은 계좌추적과 참고인 조사를 통해 밝혀진 실체적 진실,'BBK가 이명박 후보의 소유가 아니다'라는 실체적 진실은 바뀔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도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미 경선과정에서 제기됐던 내용"이라며 "더욱이 연설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후보 자신이 BBK를 만들었다고 말한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인식/강동균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