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영업맨 연말 '몸으로 때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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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리베이트 적발 후 의사들 접대 꺼려
"소나기 피하자" 골프장ㆍ공항 핍업 등 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적발한 이후 의사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는 것 같아 판촉방식을 바꿨어요."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병원 영업을 하는 K모 대리(36)는 요즘 병원의 송년회식 자리를 챙겨주는 대신 주말마다 골프장 '픽업'을 하고 있다.
의사들을 차로 모셔다준 뒤 인근 사우나에서 쉬고 라운딩이 끝나면 집으로 다시 모신다.
A제약사의 7년차 영업사원도 "해외 출장갔다 돌아오는 의사들을 공항에서 차로 영접하는 식의 '몸으로 때우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일 국내 10개 제약회사에 대한 불법 리베이트 조사 결과 및 과징금을 발표한 이후 제약사들의 영업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관행적으로 해왔던 △회식비 제공 △골프접대 △국내외 학회 지원과 같은 영업활동이 '리베이트'로 간주되자 발빠른 영업사원들은 돈이 들지 않는 '서비스'로 의사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B제약사의 영업사원은 "저녁 한 번 대접하겠다고 얘기해도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괜찮겠느냐'고 물어보는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제약업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았던 의사들의 경우 뒤탈이 없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공정위가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들에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며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사들은 영업사원에게 "합법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연말이면 회식 자리에 불려다니느라 바빴는데 올해는 오라는 데가 없다"며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찜찜하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제약업계의 구조상 리베이트 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C제약사의 영업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가 적었고,조금 지나면 감시가 느슨해질 것"이라며 "제약회사 간 경쟁이 치열한데 리베이트 관행이 없어질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검찰수사로 넘어간 지금은 잠깐 동안 넙죽 엎드려서 눈치를 살피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기존의 리베이트 관행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D제약사의 영업지원팀 관계자도 "제약업계 리베이트에 대한 조사가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잠깐 판촉활동을 자제해 남는 돈으로 과징금을 내면 된다는 게 제약업계의 속내"라고 털어놓았다.
E제약사 영업사원은 "공정위에선 제네릭(일명 카피 약)도 과학적 근거를 갖고 영업을 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오리지널 약과 성분이 똑같은 제네릭이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소나기 피하자" 골프장ㆍ공항 핍업 등 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약사의 리베이트를 적발한 이후 의사들이 극도로 몸을 사리는 것 같아 판촉방식을 바꿨어요."
국내 한 제약회사에서 병원 영업을 하는 K모 대리(36)는 요즘 병원의 송년회식 자리를 챙겨주는 대신 주말마다 골프장 '픽업'을 하고 있다.
의사들을 차로 모셔다준 뒤 인근 사우나에서 쉬고 라운딩이 끝나면 집으로 다시 모신다.
A제약사의 7년차 영업사원도 "해외 출장갔다 돌아오는 의사들을 공항에서 차로 영접하는 식의 '몸으로 때우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1일 국내 10개 제약회사에 대한 불법 리베이트 조사 결과 및 과징금을 발표한 이후 제약사들의 영업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관행적으로 해왔던 △회식비 제공 △골프접대 △국내외 학회 지원과 같은 영업활동이 '리베이트'로 간주되자 발빠른 영업사원들은 돈이 들지 않는 '서비스'로 의사들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B제약사의 영업사원은 "저녁 한 번 대접하겠다고 얘기해도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괜찮겠느냐'고 물어보는 의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제약업체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았던 의사들의 경우 뒤탈이 없을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공정위가 리베이트를 받은 병원들에까지 조사를 확대하겠다며 엄포를 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사들은 영업사원에게 "합법적인 지원 방안을 찾아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제약사 영업사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연말이면 회식 자리에 불려다니느라 바빴는데 올해는 오라는 데가 없다"며 "좋긴 하지만 아무래도 찜찜하다"고 털어놓았다.
국내 제약업계의 구조상 리베이트 관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C제약사의 영업사원은 "공정위의 과징금 액수가 적었고,조금 지나면 감시가 느슨해질 것"이라며 "제약회사 간 경쟁이 치열한데 리베이트 관행이 없어질 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검찰수사로 넘어간 지금은 잠깐 동안 넙죽 엎드려서 눈치를 살피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기존의 리베이트 관행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D제약사의 영업지원팀 관계자도 "제약업계 리베이트에 대한 조사가 그동안 한두 번이 아니었다"며 "과징금을 부과받아도 잠깐 판촉활동을 자제해 남는 돈으로 과징금을 내면 된다는 게 제약업계의 속내"라고 털어놓았다.
E제약사 영업사원은 "공정위에선 제네릭(일명 카피 약)도 과학적 근거를 갖고 영업을 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오리지널 약과 성분이 똑같은 제네릭이 무슨 과학적 근거가 있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