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백악관에 대통령이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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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클린턴 부부의 친구로 지내온 TV 프로듀서 린다 톰슨은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클린턴 부부가 죽으면 각자 미국 대통령 옆에 묻히게 될 것이다."
이런 얘기는 수십년 전부터 흘러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197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의 친구들에게 "언젠가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던 1992년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의 8년 집권? 왜 안 되죠?"라고 되물었다.
미국인들은 백악관에 두 명의 대통령을 모실지도 모르는 매우 특이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 건국시절 선조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각되면서 이런 현실은 대중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내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고 가정하자.그녀의 러닝 메이트로 활동하다가 부통령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아무래도 대통령의 남편에 신경이 쓰일 것이다.
역대 어느 부통령보다 영향력이 더 있는 남편이기 때문이다.
국가기밀을 다루는 문제도 복잡해진다.
전직 대통령과 대통령 남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은 각각 다르다.
그러나 클린턴 부부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이런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정실인사를 금지하는 연방 규정과도 충돌한다.
이 규정은 1967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이후 제정됐는데 대통령이 자신의 친척을 정부 관료로 뽑아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장관직이나 대사 등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3선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22조와도 미묘한 갈등이 예상된다.
물론 직접적으로 연임 규정을 위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법의 본래 취지가 정치적 독점을 막자는 것이라는 점에서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의식한 듯 지금까지 클린턴 선거캠프에서는 애써 남편 클린턴의 존재를 감추려고 노력 중이다.
부인 클린턴이 정권을 잡은 후 남편 클린턴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다.
기껏해야 대통령 남편을 '퍼스트 젠틀맨'이라고 불러야 할지,'퍼스트 래디(laddie)'라고 해야 할지 등 가십거리만을 언론에 던져주고 있다.
방송사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 햄버거를 먹거나 러닝 머신을 타고 운동하는 모습만 내보내고 있다.
물론 클린턴 전 대통령의 풍부한 경험이 국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유권자들,그중에서도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은 클린턴 부부의 백악관 입성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백악관에 두 명의 대통령이 존재하는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클린턴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당선되는 순간 더욱 증폭될 것이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 글은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의 유명 전기작가인 샐리 베델 스미스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백악관에 두 명의 대통령이라니?(Two Presidents in the White House?)'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클린턴 부부가 죽으면 각자 미국 대통령 옆에 묻히게 될 것이다."
이런 얘기는 수십년 전부터 흘러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30여년 전인 1974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의 친구들에게 "언젠가는 힐러리가 대통령이 될 거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대통령 선거 캠페인이 한창이던 1992년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의 8년 집권? 왜 안 되죠?"라고 되물었다.
미국인들은 백악관에 두 명의 대통령을 모실지도 모르는 매우 특이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미국 건국시절 선조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뉴욕주)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부각되면서 이런 현실은 대중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상상해 보자.내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의원이 백악관의 주인이 됐다고 가정하자.그녀의 러닝 메이트로 활동하다가 부통령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아무래도 대통령의 남편에 신경이 쓰일 것이다.
역대 어느 부통령보다 영향력이 더 있는 남편이기 때문이다.
국가기밀을 다루는 문제도 복잡해진다.
전직 대통령과 대통령 남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수준은 각각 다르다.
그러나 클린턴 부부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이런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정실인사를 금지하는 연방 규정과도 충돌한다.
이 규정은 1967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이후 제정됐는데 대통령이 자신의 친척을 정부 관료로 뽑아 올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장관직이나 대사 등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3선을 금지하는 수정헌법 22조와도 미묘한 갈등이 예상된다.
물론 직접적으로 연임 규정을 위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법의 본래 취지가 정치적 독점을 막자는 것이라는 점에서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의식한 듯 지금까지 클린턴 선거캠프에서는 애써 남편 클린턴의 존재를 감추려고 노력 중이다.
부인 클린턴이 정권을 잡은 후 남편 클린턴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는 거의 입을 다물고 있다.
기껏해야 대통령 남편을 '퍼스트 젠틀맨'이라고 불러야 할지,'퍼스트 래디(laddie)'라고 해야 할지 등 가십거리만을 언론에 던져주고 있다.
방송사에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 햄버거를 먹거나 러닝 머신을 타고 운동하는 모습만 내보내고 있다.
물론 클린턴 전 대통령의 풍부한 경험이 국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유권자들,그중에서도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은 클린턴 부부의 백악관 입성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백악관에 두 명의 대통령이 존재하는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은 클린턴 의원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당선되는 순간 더욱 증폭될 것이다.
정리=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이 글은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의 유명 전기작가인 샐리 베델 스미스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백악관에 두 명의 대통령이라니?(Two Presidents in the White House?)'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