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외국인 매출 절반 안되면 퇴출"

업계 "해외여행 느는데… 탁상행정" 반발

"설립 취지가 외국인의 쇼핑 편의를 위한 것임에도 내국인들이 북적거리는 시내 면세점은 없애는 게 맞다.

"(관세청 관계자) "시내 면세점이 사라져 공항 면세점만 이용해야 한다면 시간에 쫓겨 쇼핑을 못한 이들은 해외에서 사야 한다.

내국인에게 구매 편의를 제공해 외화 유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시내 면세점의 역할이다.

"(한국면세점협회 관계자)

연 매출과 쇼핑객 수에서 외국인의 비중이 50%를 넘지 않는 시내 면세점은 철수시키겠다는 관세청의 관련법(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 개정이 논란을 빚고 있다.

면세점협회는 17일 "면세점 운영 업체의 의지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50% 룰'은 가혹하다"며 "50%로 확정할 게 아니라 국내 외국인 입국자의 증가 추이에 맞춰 시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을 조정해 달라"고 반발하고 있다.



◆알뜰족 해외 쇼핑 부추기는 관세법

관세청이 내년 1월 중에 시행 예정인 '50% 룰'의 요지는 34.6%(2006년 기준) 수준인 시내 면세점 외국인의 매출 구성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라는 것이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곳에 대해선 면허를 취소하고,시내 면세점 전체가 '50% 룰'을 갖추지 못할 경우 신규점 설립도 허가하지 않는다는 게 관세청의 방침이다.

17일 현재 시내 면세점은 롯데,신라,파라다이스 등이 전국에 걸쳐 10개를 운영 중이며 정규직과 협력사원을 포함해 4354명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다.

면세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시내 면세점의 총 매출은 12억1761만달러로 전체 면세점 시장의 약 50%를 차지한다.

문제는 '외국인 입국자는 줄고,내국인 출국자는 증가'하는 요즘의 상황에서 '50% 룰'을 맞출 면세점이 드물 것이라는 점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외국인 입국자 증가율은 연 평균 2.5%인 데 비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연 평균 13.2% 증가(한국관광공사 자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내 면세점 주요 고객인 일본인은 연 평균 0.9% 감소했다.

면세점협회 관계자는 "억지로 50% 룰을 맞추기 위해 내국인 출입을 막거나 외국인 명의를 도용한 편법 판매까지 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내국인 입장에선 시내 면세점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공항 면세점만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용카드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쇼핑에 사용한 해외 신용카드 총액은 2억9400만달러로 2005년 대비 101% 증가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각 시내 면세점의 면허 갱신 시점이 2013~2015년이고 업체마다 갱신 시점 직전 3년간의 실적을 기준으로 갱신 여부를 판단하게 되므로 외국인 매출 비중을 높일 방안을 찾을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시내 면세점은 외국인만을 위한 곳?

관세법 개정 필요성은 올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국회의원들이 "시내 면세점에 내국인만 북적거린다"고 '질타'하자 관세청이 이를 받아들인 것.관세청 관계자는 "시내 면세점은 외국인들이 돈을 쓰게 만들도록 허가해준 것"이라며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나라처럼 시내 면세점을 많이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국가는 대만 중국 태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하와이,괌) 정도다.

그는 또 "내국인 여행객들이 400달러어치 이상 구매하면 신고를 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내국인 위주로 운영되는 시내 면세점을 그냥 두는 것은 해외여행을 나가지 않는 국민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면세점협회 관계자는 "관세법에 시내 면세점은 외국인들의 쇼핑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못박은 문구는 없다"며 "1984년 대통령령으로 시내 면세점을 확장할 당시 비슷한 언급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관세청 관계자도 "법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