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GM대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러시아 진출이 가속도를 내면서 연착륙 성공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는 17일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Saint Petersburg)에 연산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현대차는 이날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몽구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발렌티나 마트비옌코(Valentina Matviyenko) 러시아 상트 테르부르크 주지사와 현대차 김동진 부회장이 러시아 공장 건설 협력에 관한 투자의향서 조인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의향서 체결을 시작으로 현대차는 본격적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공장 건설 준비 작업에 들어가며, 내년 상반기 중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6번째 해외 완성차 공장이 될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공장에 총 4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10만대 규모로 완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M 역시 러시아 최대 완성차 메이커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GM은 러시아 시장에서 GM대우 차량을 중점적으로 판매하고 있어 향후 러시아 시장을 놓고 글로벌 업체 뿐만 아니라 국내 완성차 업체간 각축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재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GM은 최근 러시아 최대 완성차 메이커인 아브토바즈사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GM이 인수에 성공하면 GM대우는 물론 S&T대우와 동양기전 등 국내 핵심 부품업체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내년쯤이면 독일에 이어 유럽 내 제2의 완성차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큰 시장이지만, 현재 공급이 부족해 GM이 아브토바즈 지분 인수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러한 국내 업체들의 러시아 진출에 대해 전문가들은 '타이밍'이 적절하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향후 러시아 시장의 생산량 포화에 따른 경쟁심화 부작용을 지적했다.

대신증권 김병국 연구원은 "현대차의 러시아 진출은 현재 GM, 포드, 도요타, 닛산 등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진출속도에 비해 뒤지지 않아 시기적으로는 매우 적절하다"면서 "특히 현지공장 건설은 유럽법인 등을 통해 우회로 진출하는 현재 방식보다 훨씬 높은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격돌할 경우 생산량 초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2010년까지 러시아에서 자동차 산업이 성장국면을 지속할 것이란 예측만 믿으면 안되고 대비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