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은 조직 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원가 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벽이고 원가 혁신에 성공한 일본 기업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최근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원가 경쟁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신기술 개발과 마케팅 관련 비용이 계속 증가,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원가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밀어닥친 세 차례의 엔고(高) 위기를 원가 혁신을 통해 극복,오히려 경쟁력 제고의 계기로 삼은 일본 자동차 업계의 원로 스즈키 에이큐 전 닛산자동차 원가관리 총괄 임원(65)은 "닛산은 원가 혁신을 위해 각 부서의 기능을 통합한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며 원가 혁신의 선결 조건으로 인사 및 조직 개편을 제시했다.

그는 각 기능이 나뉘어 있는 기존 조직체계에서는 정보 공유가 어렵고 부서 간 이기주의가 작용해 원가 혁신을 위한 목표 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스즈키씨는 국내 기업의 원가 혁신 관련 컨설팅을 위해 방한 중이다.

그는 "닛산의 기술연구소에는 연구원뿐만 아니라 상품기획.구매.품질관리.생산 등 각 분야의 실무자와 협력업체 관계자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사적인 차원에서 원가 절감 전략을 만들고 실천하기 위해서다.

닛산은 또 임원의 연봉 수준과 재계약 여부도 원가 절감 실적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이 같은 시스템을 바탕으로 닛산은 2000년부터 해마다 약 2000억엔(약 1조6500억원)씩 원가를 줄여 나가고 있다.

스즈키씨가 주장하는 원가 혁신은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다.

기술 발전과 생산 현장의 효율성 개선을 통해 원가는 낮추면서 품질은 높이는 과정이다.

이 때문에 그는 제조업의 원가 혁신을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경쟁력 향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즈키씨는 "'마른 수건도 다시 짠다'는 도요타조차 공장에 가 보면 10~15%의 낭비 요인이 눈에 띈다"며 "완성차 업체는 부품 업체의 생산 현장을 꼼꼼히 살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제조업체들이 원가 절감 방안으로 채택하는 부품의 글로벌 소싱도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한국 기업은 선진 기업의 사례를 모방하려고만 할 뿐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편"이라며 "한국 기업에 맞는 원가 혁신 시스템을 갖추도록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1995년까지 30년간 닛산에서 근무한 스즈키씨는 원가관리 업무를 총괄하면서 이 회사의 '신차 목표원가 관리 시스템'을 완성했다.

퇴직한 뒤로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기업의 원가관리 컨설팅을 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자동차와 전자 부문의 10여개 기업이 그에게서 원가 혁신과 관련한 경험을 전수받고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