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의 집' 갖추면 세상이 달라보이죠" ‥ 전경린 '엄마의 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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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를 모는 여자''황진이' 등으로 유명한 작가 전경린씨(45)가 신작 장편소설 '엄마의 집'(열림원)을 내놨다.
그가 2005년부터 쓴 작품이다.
이번 소설은 여대생 호은이 이복 여동생 '승지'를 갑자기 떠맡게 되면서 시작한다.
재혼한 아빠는 승지를 데려다 준 뒤 자취를 감춘다.
호은은 어쩔 수 없이 승지와 함께 홀로 사는 엄마에게 간다.
세 사람이 한 집에서 살게 되는 동안 호은은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성숙해간다.
'엄마의 집'은 영국 여성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많은 부분 닮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던 아빠를 벗어난 엄마가 자기만의 '집'을 가지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했을 뿐 아니라 삶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엄마는 호은이 양성애자라는 것을 고백했을 때는 쿨하게 사실을 수용하면서도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인 의미를 조언하는 냉정함도 잊지 않는다.
남편과 재혼한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승지를 맡아 딸처럼 대하는가 하면,사귄 지 3년 된 남자 친구도 있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예전보다 넓어진 인식의 폭을 보여준다.
그동안의 작품이 피해자와 가해자,혹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들을 이분법적으로 나눴다면 '엄마의 집'은 이런 구분에서 벗어났다.
엄마는 가정에 소홀했던 아빠를 미워하기보다 연민을 느낀다.
호은 또한 자신이 아빠를 미워했던 것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아빠의 틀'을 깨지 못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호은이 엄마의 집을 지상 최고의 '릴렉스 호텔'이라고 이름 짓는 것도,엄마를 '미스 엔'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엄마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열린 사람 '미스 엔'이며,그렇기에 그가 꾸민 집에서 호은은 어떤 간섭이나 통제 없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종래와 달리 엄마의 정체성을 획득하고도 동시에 처녀의식을 간직하고 사는 새로운 엄마들의 이름을 미스 엔이라고 불러보았다"며 "한 여자가 집을 갖는다는 것은 경제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나의 집을 가지고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유롭게 존재하는 것은 초월적일 만큼 즐거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그가 2005년부터 쓴 작품이다.
이번 소설은 여대생 호은이 이복 여동생 '승지'를 갑자기 떠맡게 되면서 시작한다.
재혼한 아빠는 승지를 데려다 준 뒤 자취를 감춘다.
호은은 어쩔 수 없이 승지와 함께 홀로 사는 엄마에게 간다.
세 사람이 한 집에서 살게 되는 동안 호은은 엄마와 아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조금씩 성숙해간다.
'엄마의 집'은 영국 여성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과 많은 부분 닮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가장으로서 무책임했던 아빠를 벗어난 엄마가 자기만의 '집'을 가지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했을 뿐 아니라 삶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엄마는 호은이 양성애자라는 것을 고백했을 때는 쿨하게 사실을 수용하면서도 그것이 지니는 사회적인 의미를 조언하는 냉정함도 잊지 않는다.
남편과 재혼한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승지를 맡아 딸처럼 대하는가 하면,사귄 지 3년 된 남자 친구도 있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는 예전보다 넓어진 인식의 폭을 보여준다.
그동안의 작품이 피해자와 가해자,혹은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들을 이분법적으로 나눴다면 '엄마의 집'은 이런 구분에서 벗어났다.
엄마는 가정에 소홀했던 아빠를 미워하기보다 연민을 느낀다.
호은 또한 자신이 아빠를 미워했던 것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아빠의 틀'을 깨지 못했던 것임을 깨닫는다.
호은이 엄마의 집을 지상 최고의 '릴렉스 호텔'이라고 이름 짓는 것도,엄마를 '미스 엔'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엄마는 자기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열린 사람 '미스 엔'이며,그렇기에 그가 꾸민 집에서 호은은 어떤 간섭이나 통제 없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종래와 달리 엄마의 정체성을 획득하고도 동시에 처녀의식을 간직하고 사는 새로운 엄마들의 이름을 미스 엔이라고 불러보았다"며 "한 여자가 집을 갖는다는 것은 경제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또 "나의 집을 가지고 누구의 간섭이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자유롭게 존재하는 것은 초월적일 만큼 즐거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