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연말 소비 시장에서 '특수(特需)'가 실종돼 관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롯데백화점의 12월 매출이 16일 현재까지 1% 감소한 것을 비롯해 대형 마트의 연말 최대 판매 품목인 가전 매출도 이마트 전국 109개 점포에서 작년 동기 대비 6% 뒷걸음질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 비자금 사건 여파로 기업들의 송년 및 접대성 모임이 대폭 줄어들면서 최소 보름 전에 예약해야 자리를 확보할 수 있던 특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들도 이달 예약률이 80%를 밑도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불황을 모른다던 강남 성형외과의 간판 격인 최대 피부과 체인 A병원도 이달 들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하락했다.

내년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면서 특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들에서는 '법인카드 고객'이 줄어들었고,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에 증시까지 휘청거리자 가계 소비자들도 선뜻 지갑을 못 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서민들이 많이 찾는 대형 마트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마트는 이달 들어 전국 매출을 16일까지 분석한 결과 '서민 경기'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등산복과 가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0.3%와 0.8%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맘 때쯤이면 한창 북적거려야 할 동대문 패션타운도 한산하기 그지 없다.

지난 주말 저녁에 찾은 밀리오레의 한 여성의류 매장 관계자는 "12월 매출이 작년보다 절반이 될까 말까"라며 "8만원짜리 원피스를 5만원에 세일하고 있는데도 찾는 손님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