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1인당 평균연봉은 되레 200만원 많아

전경련 "생산성 연계 임금 결정방식 절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근로자 한 명이 자동차 100대를 만드는 동안 현대자동차의 근로자는 43대밖에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임금은 현대차 근로자가 5698만원(2006년 1인당 평균연봉)으로 도요타(5496만원)보다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7일 내놓은 '주요 기업의 임금-생산성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현대자동차의 1인당 자동차 생산대수는 도요타의 43%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도요타의 40.8%,22.2%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는 미국의 포드와 GM,일본의 혼다 등 대부분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서도 생산성이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생산,보전,품질관리 등 자동차 한 대를 조립하는 데 들어간 총시간을 총생산대수로 나눈 '대당 조립생산성(HPV)'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포드,GM,혼다,도요타 등의 HPV는 21.1∼23.2시간으로 현대차(31.1시간)와 기아차(37.5시간)를 크게 앞질렀다.

이 같은 생산성 격차는 해마다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생산성은 꾸준히 하락하는데 임금은 가장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성은 도요타의 43%에 불과한 현대자동차의 대졸 초임 임금은 2004년 도요타의 90.4%,2006년 말에는 92.1%를 기록했다.

1인당 평균 연봉은 이미 도요타를 추월했다.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타결된 임금인상률도 도요타는 2%에 그쳤지만 현대차는 5.1%에 달했다.

임금수준이 생산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채 강성 노조의 투쟁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전경련은 "현대차는 국내 기업들의 왜곡된 임금결정 방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우리 기업들이 생산성과 연계된 임금결정 방식을 정착시키지 않으면 제조업의 해외이전은 더이상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자동차 내에서도 단적인 예를 찾을 수 있다.

국내외에 있는 현대자동차 공장들의 임금과 생산성을 비교해보면 현지 근로자의 연봉 수준은 울산,미국 앨라배마,중국 베이징,인도 챈나이 등의 순인데,연봉이 제일 높은 울산공장의 생산성(HPV 35.7시간)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연히 1998년 인도 공장 기공 후 현대차의 모든 설비 증설은 해외에서 이뤄졌다.

생산성은 낮고,임금은 높은 국내에서 자동차를 만들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경련 한동률 노동복지팀장은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노조가 스스로 임금을 동결하는 도요타의 사례처럼 선(先)성과 후(後)분배 원칙에 입각한 임금체계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 문제도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수준 문제가 시정돼야 해결될 수 있다"며 "차기 정부는 노동정책의 초점을 고용보호 중심에서 '생산성과 연계된 적정임금 수준 유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