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정책이 여성의 노동 공급 감소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기본보조금,아동수당 등 현금지원보다 출산 양육비 세액공제,보육료 지원 확대 등 노동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조세연구원은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저출산 극복 및 성장 잠재력 확충을 위한 가족정책'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우석진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 스웨덴 호주 등 주요 선진국의 가족정책을 한국에 시뮬레이션한 결과 출산율과 여성 노동 공급을 동시에 늘리는 데는 세액공제를 주된 정책수단으로 삼고 있는 영국식 모델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출산과 육아비용을 세금에서 빼주는 영국식을 택할 경우 출산율이 10.1% 높아지고,여성 노동 공급도 4.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모든 아이에게 아동수당을 주고 유급(기존 임금의 80%) 육아휴직을 보내주는 스웨덴식 모델을 적용하면 출산율은 늘었지만(8.8%),여성 노동 공급 확대 효과(3.4%)는 영국식에 미치지 못했다.

우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을 전제로 근로소득세에서 출산 양육비 등을 세액공제해 주는 방식이 일과 육아의 양립에 보다 효과적"이라며 "정부가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보조금을 주거나 유급으로 육아휴직을 갖게 하면 여성의 노동 공급 감소로 이어져 성장잠재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숙 숭실대 교수(경제학)도 현금 보조금 성격의 아동수당 도입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수당을 새로 도입하는 것보다 그 재원을 현재의 차등보육료 제도에 흡수해 지원을 늘리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조금 대신 차등보육료를 확대하고 자녀세액공제를 도입하면 출산율은 지금보다 평균 6.39% 증가하고 여성 노동 공급도 18.31%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또 "출산장려정책을 여러 부처가 중구난방식으로 추진하면서 정부의 정책 목표가 불분명해졌다"며 "여성가족부는 영아보조금을 만들고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려 하는데 이는 어머니가 쉬면서 아이를 직접 기르도록 장려하는 노동부의 육아휴직 확대 정책과 상충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혜원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출산휴가(산전 후 휴가)제도는 휴가 기간 중 급여를 기업이 부담토록 하고 있어 가임기 여성에 대한 고용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출산휴가 급여를 기업이 부담하는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급여율을 낮추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이 비용을 제공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