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가 더 걱정이다.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과 함께 막을 내려야 할 대선이 새로운 갈등과 혼란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선을 불과 이틀 앞두고 통과된 '이명박 특검법'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대선 이후 정쟁이 한층 가열될 것임을 예고한다.

특검법에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도덕성 시비를 대선 이후까지 끌고가는 차원을 넘어 이 후보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범여권의 정서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려온 이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그는 당선자 신분으로 특검수사를 받는 초유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향후 5년에 대한 설계도를 짜야 하는 새 대통령으로선 엄청난 정치적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 이전에 나올 특검의 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 중 일부 혐의라도 인정될 경우 범여권은 사퇴 공세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

법적 문제와는 상관없이 대선 결과에 대한 불복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정국 혼란이 가중돼 새 정권이 초반부터 흔들릴 수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나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역전승을 거두는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지율에서 세 배 정도 앞섰던 이명박 후보가 BBK 문제로 대선에서 패할 경우 한나라당은 공황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가 "공작정치를 막기 위한 '민란' 수준의 대응"을 언급한 데서 한나라당의 반발 수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누가 당선되든 혼란스러운 상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능구 e윈컴 대표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그는 특검에 조사를 받으러 다니는 궁색한 상황으로 부담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기가 펼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져 정권 자체가 초기부터 흔들릴 가능성 높다"고 분석했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다음 총선까지는 굉장히 시끄러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압도적 지지가 있다면 야당 공세를 넘어서겠지만 지지율이 과반이 안 되면 허니문 기간 없이 약하게 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은 "힘이 집중되고 5년 플랜을 세워야 하는 국면에서 오히려 특검으로 인해 힘이 분산될 수 있다"면서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초반에 힘을 받지 못하는 약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다른 시각도 없지는 않다.

한 실장은 "특검을 통해 의혹이 규명됐을 땐 오히려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고 정효명 리서치앤리서치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의제가 바뀐다"면서 "정국주도권이 생기면 BBK 이슈는 사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창/이준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