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코 앞에 둔 민주당이 당내 후보단일화파의 탈당으로 위기상황을 맞이한 가운데 17일 밤 이인제 후보의 `후보직 사퇴냐, 대선 완주냐'를 놓고 심야 논쟁을 벌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동영상 공개 및 `이명박 특검법' 통과로 대선정국이 요동을 치면서 민주당도 이른바 `반(反) 이명박' 대오에 합류하느냐, 아니면 끝까지 독자로 대선을 치르느냐를 놓고 당 지도부와 후보간에 연일 비공개 토론이 벌어진 것.

민주당은 지난 16일 밤 이인제 후보-박상천 대표-최인기 원내대표가 만나는 3인 심야회동을 통해 후보사퇴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인데 이어 이날도 이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심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같은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찾지 못했다.

4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최고위에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반(反) 이명박 연대 및 후보단일화의 효과를 내기 위해 이 후보의 사퇴결단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천 대표는 당을 살리기 위해선 지도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후보와 함께 동반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 후보의 결단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후보는 통합이 전제되지 않은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면서 현 상황에서 끝까지 대선을 완주하는 게 민주당을 살리는 길이라며 대선완주 의지를 강력히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이어 당초 대통합민주신당과 통합 및 후보단일화를 하려고 했으나 신당이 `4인 합의'를 파기한 만큼 이제 와서 그냥 후보직을 사퇴하면 민주당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완주 의지에도 불구, 소속 의원과 전 의원들의 탈당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지도부마저 후보 사퇴를 권유하고 나서 이 후보가 대선을 하루 남겨놓고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BBK 동영상 공개로 대선정국이 변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도 이제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며 이 후보의 결단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고, 이 후보측은 "후보 본인의 대선완주 의지가 워낙 강하지만 당을 살리는 방안도 함께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