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출장을 자녀들과 함께 떠나는 비즈니스맨이 늘고 있다.

출장을 가족 동반 여행으로 활용하는 '비즈패밀리 투어'(biz-family tour.가족 동반 출장)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미국 비즈니스여행협회 조사 결과를 인용,미국의 출장자 가운데 62%가 1년에 한 번 이상 자녀들을 출장에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3분의 2는 가족 전체나 친구들까지 데리고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캘리포니아창고협회 초청으로 샌디에이고에 출장을 간 커트 바렛 윌리엄제분소 부장도 오전에 미팅 등 회사 일을 처리하고 오후엔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는 비즈패밀리 투어를 즐겼다.

행사 참석자 중 40%가량이 가족을 동반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행사를 주관한 캘리포니아창고협회 측도 일정에 수족관 및 박물관 관람을 포함시키는 등 가족 단위의 출장자들을 배려했다.

비즈패밀리 투어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바쁜 회사일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는 비즈니스맨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해외 명소에서 가족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아버지가 하는 일을 알고 자부심을 느끼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 기간이 짧아지는 것도 가족 동반 출장을 부추기는 배경이다.

미국의 경우 예전엔 2주간의 여름 휴가가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엔 눈치가 보여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휴가철 가족과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비즈패밀리 투어가 이를 보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인 근로고용재단의 스티븐 오버럴 이사는 "일과 가정의 경계가 불분명해짐에 따라 일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가족들에게 실망감만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족들은 여행을 왔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근무 모드'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족들은 여행 중 일에 빠져 있는 남편에게 서운함을 갖고,남편도 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비즈패밀리 투어에도 암묵적인 규칙이 필요한 이유다.

동반 출장에 나선 가족들이 남편의 비즈니스 시간을 뺏거나 출장 내내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요구하는 것은 비즈니스(일)와 패밀리 투어(가족여행)를 모두 망치는 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