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류지복) 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 제17대 대통령선거의 투표율이 사상 처음으로 6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중앙선관위가 19일 오전 9시 현재 집계한 투표율은 9.4%로, 지난 2002년 16대 10.7%, 97년 15대 11.6%보다 각각 1.3%포인트, 2.2%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5.31 지방선거(11.5%), 2004년 총선(12.6%) 투표율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대선 투표율이 지방선거나 총선 투표율보다 높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추세대로 나갈 경우 이번 대선 투표율은 65% 전후를 기록하거나 60%대 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직접투표가 부활된 이후 대선 투표율은 87년 13대 대선 때 89.2%를 기록해 가장 높았으며, 이후 92년 14대 81.9%, 97년 15대 80.7%, 2002년 16대 70.8%로 꾸준히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선관위가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층은 67%로, 2002년 같은 시점에 조사한 결과(80.5%)보다 13.5%포인트나 감소했다. 또 유권자 숫자는 2002년 보다 270만명 가량 늘었지만 부재자투표 신청자 수는 오히려 5만6천여명 줄어드는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세론이 형성되는 바람에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졌다는 점을 투표율 저하의 공통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선거가 박빙 승부로 진행돼 결과의 예측가능성이 낮을수록 투표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누가 당선될지 명확해지면 투표율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대선은 이명박 후보가 꾸준히 40%를 넘나드는 독주체제를 이어오면서 2위 후보와 격차를 유지한 게 투표율 저하로 귀결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선거전이 BBK 주가조작 의혹사건 등을 놓고 각 후보간 물고 물리는 네거티브전 양상으로 진행됨에 따라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증을 키운 부분도 투표율 저하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선거 막판에 터진 이명박 후보의 광운대 강연 동영상 공개와 이른바 `이명박 특검법' 통과의 효과가 고정지지층 결집에 따른 투표율 증가와 부동층 증가로 인한 투표율 하락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지만 투표율 저하의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정치에 대한 전반적인 무관심 현상이 확산되면서 선거 막판까지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10% 이상 나오고 있는 부분도 부담요인이다. 또 젊은층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한 살 낮췄지만 정작 젊은층의 투표 참여도가 낮아 투표율 증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2002년에는 계층별, 지역별, 세대별로 치열한 대결구도가 형성됐다면 올해는 이런 갈등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평가했고, 윤경주 폴컴 대표도 "유권자들의 이해관계와 결부된 대형 정책공약 이슈가 부재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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